사이타마공대는 지난해 9월부터 대학 본관에서 인근 오카베역까지 자율주행차(왼쪽 사진)가 오가는 실증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올 들어선 자율주행차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자율주행 실험 지역을 사이타마현 내 주요 국도로 넓히는 등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사이타마공대  제공
사이타마공대는 지난해 9월부터 대학 본관에서 인근 오카베역까지 자율주행차(왼쪽 사진)가 오가는 실증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올 들어선 자율주행차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자율주행 실험 지역을 사이타마현 내 주요 국도로 넓히는 등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사이타마공대 제공
일본 대학 최초의 인공지능(AI) 전공학과 개설, 일본 사립대 최초로 일상 도로 자율주행차 실증실험 시행, 일본 최초 자율주행 스쿨버스 운행 추진, 세계 최초 뇌파 조종 휠체어 개발…. 도쿄에서 지하철로 두 시간 남짓 거리인 사이타마현 오카베에 있는 사이타마공대가 보유한 기록이다.

사이타마공대는 2200여 명 정원의 작은 지방 사립대지만 요즘 일본 언론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기도 하다. AI 전공학과를 개설하는 등 첨단기술의 상징이라는 AI 분야를 중심으로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일본 교육계에 새로운 긴장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AI는 생활필수품, 무조건 공부해야”

사이타마공대는 내년 일본 대학 최초로 AI 전공학과를 개설한다. 정보시스템학부(정원 150명) 중 40명 정원으로 시작해 앞으로 60명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AI는 생필품"…전공 만들어 자율주행 스쿨버스·뇌파조종 휠체어 개발
우치야마 ?이치 사이타마공대 학장(사진)은 “앞으로 AI 지식은 오늘날 영어회화와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전망돼 AI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크게 차이 날 것”이라며 “AI 전문가가 세계적으로 80만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찍부터 AI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일반 컴퓨터공학 프로그램 수업 외에 △AI 개론 △AI 프로그램언어 △AI 프로그램 연습 △AI와 자율주행 등의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두루 갖췄다. 딥러닝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자랑이다. 앞으로 스마트홈 강의 등 AI 관련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심화·확대해나갈 계획이다. AI 프로그램 활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성인식, 군집동물 행태 연구, 뇌파 빅데이터 분석 등 인접 분야의 첨단 연구 동향도 지속적으로 수업에 접목한다.

사이타마공대는 특히 자율주행차 실험, 각종 센서 제작 등의 과정을 실습하도록 해 체화된 AI 교육을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수업시간에 틈날 때마다 각종 융합분야 과제와 자유 과제를 부여해 학생들을 단순한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창의적인 융합인재로 키우기로 했다.

대학 측이 이처럼 AI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 구글이 2014년 딥마인드테크에 4억달러를 투자하고, 페이스북이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AI 연구와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일본이 AI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대학 학부 단위에서부터 전문화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뇌파 조종 로봇
뇌파 조종 로봇
우치야마 학장은 “모든 사람이 AI를 사용하고 소유하는 ‘AI의 민주화’가 조만간 실현될 것”이라며 “패턴화가 가능한 수많은 직업을 AI가 소멸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시점에 기계가 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산업으로 응용되는 AI

사이타마공대 AI 연구의 양대 축은 AI가 뇌파를 분석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과 자율주행차 관련 부분이다. 두 부문 모두에서 일본 최초·최고 교육 수준을 자랑한다.

뇌파 조종 휠체어
뇌파 조종 휠체어
차오젠팅 사이타마공대 교수는 “사이타마공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뇌파 조종 휠체어를 개발했다”며 “지금은 뇌파로 로봇을 조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뇌파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기계를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말하거나 버튼을 조작할 필요가 없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많은 일본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간호 로봇이 말하기조차 힘든 노인에게 음료수를 먹이거나 용변을 치우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AI의 뇌파 빅데이터 분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이타마현 일부 병원과 연계해 뇌사 환자의 사망 판정을 AI가 내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인간이 뇌사 판정을 내리면 실수와 책임 문제가 적지 않아 뇌파 빅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의사의 사망 판정 여부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부문은 사이타마공대가 AI 교육과 관련해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다. 학교와 인근 오카베역 간 자율주행 실험을 한 것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대학 주변 지역을 벗어나 인근 지역 국도와 산간 계곡 깊은 곳까지 운전자 조작 없이 차량을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자율주행 분야를 담당하는 와타나베 다이시 교수는 “조만간 오카베역과 대학을 오가는 스쿨버스를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사람이 운전하는 동작과 여러 차량의 주행 관련 빅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와 자전거 등의 행동을 예측하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생각지 못한 분야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시대 변화에 일본 대학들은 과거의 학과·학제의 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오카베=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