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팍스 아메리카나

지지층 결집 효과 노리고
언론·특검 등에 무차별 비난
국민 66% "나라 더 쪼개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미국의 분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7월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 제목이다.

‘트럼프 컨트리’로 불리는 미 중부 백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는 기존 미국 정치와 판이하다. 매일 수십 번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를 비난한다. 언론과 로버트 뮬러 특검뿐만 아니라 자신이 임명한 법무장관과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다 공화당의 중진 의원까지 다양하다. 이러다 보니 작년 9월 ABC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한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미국 정치학자들은 이를 ‘분할과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로버트 라이히 버클리대 교수는 “미국 정치는 이전부터 양극화돼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분열을 더욱 확대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층을 확실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미국의 혼란과 갈등을 ‘딥스테이트(Deep State)에 의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딥스테이트’는 워싱턴을 차지한 기득권 관료와 정보기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말한다. 이들이 언론과 금융권, 유대계 등과 결탁해 미국의 정책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3일 트위터를 통해 “범죄적 딥스테이트 주변에서 돌아가는 일을 보라”며 “그들은 러시아와의 가짜 공모를 추적하고 사기친다”고 주장했다. 딥스테이트에 오염되지 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 등이 러시아 스캔들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많은 행정부 고위직을 공석으로 남겨두고 정부 조직 축소 및 규제 완화에 사활을 건 것도 딥스테이트와의 전쟁 차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런 음모론을 믿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치 집회엔 “우리는 Q다”라는 표어를 든 지지자(사진)가 많다. 딥스테이트의 음모를 고발하는 익명의 네티즌 Q를 따르는 이들이다. Q의 트위터 팔로어는 8만 명에 달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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