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끝) 견제 없는 '아메리카 퍼스트'
中, 미국에 도전했다 위기 자초
터키·이란은 경제난 가중
러시아도 루블화 가치 급락
年 3% 성장 넘보는 미국경제
웬만한 경제보복 조치 안 통해
트럼프가 이끄는 세계질서 운명
11월 美 중간선거 결과에 달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조차도 최강국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발(發) 새로운 세계질서인 ‘신(新)팍스 아메리카나(Neo-Pax Americana)’의 최대 위협은 외부 세력이 아니라 오는 11월6일 중간선거와 같은 내부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美 공세에 흔들리는 스트롱맨들
미국과 초대형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은 정치적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 밖 강공에 중국 경제가 곳곳에서 휘청이고 있어서다. 지난주 끝난 전·현직 지도부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부진한 경제지표가 거론되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에 상처가 생겼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평가가 이 회의에서 나왔다. 시 주석이 ‘중국몽(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앞세워 성급하게 세계 패권에 도전했다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종신집권 체제를 구축해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라화 폭락으로 코너에 몰려 있다. 터키의 미국인 목사 구금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할 것”이라고 지난 10일 밝히자 미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한때 24%나 폭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롱 속 달러나 금을 팔아 리라화로 환전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시장에선 터키가 외환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은 올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7일부터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미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는 올 들어 최대 60%가량 폭락했다. 안전자산인 금 사재기가 벌어질 만큼 경제가 불안해졌다. 11월5일부터는 이란 경제의 핵심인 원유 수출마저 제한돼 경제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러시아도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이달 초 미국이 추가적인 경제 제재를 발표하면서 루블화가 급락했다.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최대 15% 가까이 빠졌다.
◆힘에서 밀리는 반(反)트럼프 연대
중국과 러시아 등은 힘을 합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공세 및 세계 패권 강화에 맞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다.
중·러 양국은 “9월11~15일 동시베리아 지역에서 공동 군사훈련을 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러시아를 찾은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원에게 “러시아는 중국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터키, 이란은 다음달 초 정상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4월에도 터키에서 만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미국과 66년간 동맹 관계인 터키는 최근 러시아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 “새 동맹을 찾겠다”고도 했다. 석유·천연가스 분야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도 강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반트럼프 연대’는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요인이지만 미국 패권에 도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미국에 맞설 수단도 뚜렷하지 않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만 해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자 보복 수단이 고갈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이 연간 1300억달러가량인 반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00억달러가 넘는다. 중국이 밝힌 ‘동일 금액, 동일 세율로 보복’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올해 3% 성장을 넘볼 만큼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웬만한 경제 보복으로는 미국에 큰 충격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 질서인 신(新)팍스 아메리카나의 최대 위협 요인은 11월6일 미 중간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승리하느냐,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