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미국 전자제품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재무장관이 콘퍼런스콜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14일(현지시간) 터키 리라화 가치와 터키 증시는 다소 안정된 흐름을 나타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미국이)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며 “우리의 (가전업체 브랜드인) 비너스와 베스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경제를 무기로 삼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를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상수지 적자와 16%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우리 경제는 시계태엽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항공사들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 대해 광고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미국은 전략적 동반자의 등 뒤에 칼을 꽂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13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주미 터키대사는 사태 수습을 위해 회동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볼턴 보좌관이 터키가 억류 중인 미국인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리라화는 전날 달러당 7.2리라까지 치솟으며 화폐 가치가 급락했으나 이날 6.5리라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이스탄불증시의 BIST100지수는 전날보다 0.8% 상승했다. 다만 로이터는 “터키발 위협이 남아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