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터넷 기업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피커 보급 등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수요가 급증하는 동영상에 이어 오디오 콘텐츠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아마존, 오디오 콘텐츠에 꽂혔다
‘듣는 소설’ 각광

네이버는 지난달 30일부터 자사 오디오 플랫폼 ‘오디오클립’에서 유료 오디오북 판매를 시작했다. 오디오북이란 소설 등 각종 책을 소리로 옮긴 콘텐츠다. 네이버는 《82년생 김지영》 《살인자의 기억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신경 끄기의 기술》 등 총 30권의 오디오북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4분기에는 오디오클립에 일반 창작자도 오디오북을 자유롭게 올리고 팔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인희 오디오클립 서비스 리더는 “오디오북 서비스 출시가 책 듣기 트렌드를 확산하고 국내 출판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1월부터 자사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45개국에서 오디오북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는 국내 오디오북 전문업체 오디언소리와 제휴를 맺고 1만여 개 콘텐츠를 마련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이 2008년 인수한 오디오북 제작업체 오더블을 중심으로 독점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팟캐스트도 인기

또 다른 오디오 콘텐츠인 팟캐스트(개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도 늘어나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을 조성한 애플은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에서도 팟캐스트를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구글은 6월 세계 다양한 팟캐스트를 골라 즐길 수 있는 앱 ‘구글 팟캐스트’를 내놨다. 팟캐스트에선 200만 개 이상의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티’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TV도 신규 팟캐스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내외 업체가 앞다퉈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 분석 사이트인 굿이리더닷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5억달러(약 3조9480억원)에 달했다. 2013년부터 연평균 20.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 인쇄도서 시장은 1.9% 커지는 데 그쳤다. 세계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절반 이상은 미국이 차지한다

AI 스피커 증가 영향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 오디오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업체 대부분은 자사 AI 스피커를 내세워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지난해 세계 AI 스피커 판매량이 전년보다 500% 이상 늘어난 3200만 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시장도 커지면서 오디오 콘텐츠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구글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손잡고 길 안내, 음악 재생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내놨다. 네이버는 지난해 AI 플랫폼 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어웨이’를 출시했다. 카카오도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