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 고용 등 네 가지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통상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통상전쟁 충격에 中경제 급브레이크… '쿼드러플 악재' 덮쳤다
14일 중국과 홍콩 증시는 터키 외환위기 우려로 하락했던 전날에 이어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하루 만에 반등한 한국·일본 증시와 달리 중국 증시는 국가통계국이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보다 6%, 소매판매는 8.8% 증가했다고 발표한 뒤부터 맥을 추지 못했다. 각각의 시장 전망치인 6.3%와 9.1%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 컸다. 두 지표 모두 미·중 통상전쟁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7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증가율(5.5%)도 기대에 못 미쳤다. 중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5%대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는 것으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5.1%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4.8%)를 웃돌았다.

7월 무역통계가 발표될 때만 해도 통상전쟁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생산과 소비, 투자지표가 모두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기류도 바뀌고 있다. 미국은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 6031개에 최대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중국 경제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7월 위안화 기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지만 8월부터는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일부 경제지표 악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하반기 하방 압력이 크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설명과 달리 경기 흐름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인프라 투자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가 심사를 강화한 까닭에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만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리서치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6.9%)보다 낮은 6.4%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 든 대출 확대와 인프라 투자 지원 등의 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소비경기 약화는 내수 진작으로 통상전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중국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소비 진작을 원하는 정부와 달리 중국에서는 10위안 미만 저가 상품이 많은 온라인쇼핑몰 핀둬둬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상업정보센터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에서 가전제품 판매가 9.9%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생활용품이 5.7%, 의류 판매는 3.8% 줄었다.

부실채권(NPL)이 증가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중국 상업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2분기 기준 1조9600억위안(약 322조원)으로 1분기에 비해 1.86%(1830억위안·약 30조원) 더 늘었다. 분기별 증가율로는 9년 만의 최고치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에만 세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유동성 공급을 늘린 탓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 오른 6.8695위안으로 고시하며 6일 연속 위안화 절하에 나섰다. 터키 리라화 가치 급락으로 인해 신흥국으로 화폐 위기가 번질 우려가 커지자 1년2개월 만에 가치를 최저로 내린 것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