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에서 외국인의 주택 구입이 전년 대비 21% 급감했다. 주택 가격의 과도한 상승, 달러화 강세,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017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인과 캐나다인 등 외국인의 미국 주택 매입금액이 1210억달러로, 직전 1년 동안의 1530억달러보다 20.9% 줄어들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주택 시장의 큰손인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액 규모는 304억달러로, 4% 줄었다. 캐나다인의 매입액은 거의 절반인 45%가 감소해 105억달러에 그쳤다. 중국인과 캐나다인은 미국 내 외국인 주택 거래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각각 15%와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적인 대외 정책이 외국인의 미국 주택 구입을 감소케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 등으로 빚어진 정치적 긴장과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이고 거친) 수사 때문에 미국의 자산을 구입하려고 했던 외국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 부동산을 파는 중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산 유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미국 정부도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규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부동산 중개인 존 창 씨는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한 이래 사려는 중국인보다 파는 중국인이 더 많은 상황은 처음 겪는다”고 전했다.

외국인의 주택 구입이 줄어든 또 다른 원인에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등 도시 지역 집값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오른 여파도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른 뒤 부동산 거래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NAR에 따르면 미국 내 기존 주택 거래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줄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선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재고량이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으며, 시애틀에서는 24%, 포틀랜드에서는 32% 늘어났다.

집값 오름세도 주춤하고 있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지수 상승폭이 1년6개월여 만에 최저인 6.4%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론 금리 상승도 매수세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