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포스트(왼쪽), 피터 베르스트라트(오른쪽).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마크 포스트(왼쪽), 피터 베르스트라트(오른쪽).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소, 돼지, 닭 등을 도축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고기를 살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사미트는 동물의 자기복제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인공 소고기 패티’를 햄버거 식당에 공급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유럽에 개당 1달러에 햄버거 패티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인공고기가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으면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 등 세계적 거부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제약사 머크, 스위스 식품기업 벨푸드그룹, 구글 등 대기업도 공장에서 인공적으로 생산되는 육류 제품의 미래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은) 배양육 기술이 세계 육류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햄버거 패티 한 개에 1달러 목표”

[Global CEO & Issue focus] 마크 포스트·피터 베르스트라트 모사미트 공동창업자
인공고기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세계에 여덟 곳이 있다. 이 중 모사미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암소 세포를 배양해 햄버거용 인공 소고기 패티를 만드는 데 성공해 주목받았다.

모사미트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생리학자인 마크 포스트 교수와 이 대학의 식품 기술자 피터 베르스트라트가 2013년 설립했다. 마스트리흐트대 연구팀은 2004년부터 인공육을 연구해 왔다. 포스트 교수의 버거 시제품은 처음 개발하는 데 33만달러(약 3억7000만원)가 들었다.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400만달러를 받아 시작한 프로그램이지만 2009년 자금 조달 문제로 연구를 잠시 접었다. 2011년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투자를 받으며 기술 개발을 재개했고 회사도 세울 수 있었다.

포스트 교수는 “2~3년 내에 인공육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햄버거 가격이 개당 10달러 정도라고 가정하면) 패티 한 개 가격은 1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육을 슈퍼마켓에서 파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머크도 주목한 스타트업

최근엔 독일 제약회사 머크와 스위스 벨푸드그룹이 모사미트에 880만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했다. 머크의 M벤처사업부가 주도한 이 투자를 통해 머크는 자본 외에 모사미트에 세포 배양 기술 등 전문 지식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WSJ는 “전통적으로 가축과 가금류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던 자원의 일부만으로도 고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이 회사가 세계 육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날이 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사미트를 인수하고 싶다는 곳이 많지만 창업자들은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상용 제품을 내놓을 때까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특허 출원도 하지 않았다. 누구든 모사미트의 실험실에 와서 연구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기존 육류 대체할 것”

인공고기 프로젝트는 세계 인구 급증에 따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 기술이 기존 육류산업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통 육류회사들도 인구가 늘고 고기 수요가 많아지면 기존 농업 시스템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공급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세포를 배양해 고기로 만드는 작업은 커다란 생물반응 용기에 세포를 넣고 키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세포에 설탕, 미네랄 같은 영양소와 산소를 몇 주간 공급하면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자라난다. 이런 고기는 미트볼이나 뼈 없는 치킨 살코기로 활용할 수 있다.

배양육은 기술 발달에 따라 생산비도 일반 고기보다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대형 육류 가공업체인 카길과 타이슨푸드도 배양육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도축과정에서 생기는 동물 학대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점도 배양육의 장점이다.

인공고기를 시장에서 상품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미국에선 상품화가 되더라도 인공육 제품에 ‘고기(meat)’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생산 기술을 감시하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교수는 “세포 배양을 산업적인 규모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시판 승인 절차로 인해 몇 년간 공급업체들의 인공고기 샘플 배포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인공고기 판매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