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민·관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올해 안에 경제산업성 주도로 도쿄전력,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제작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차세대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침체된 일본 원자력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탈(脫)원전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과는 대비된다.
日, 원전 드라이브… '차세대 원자로' 개발 판 깔아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경제산업성이 안전성을 강화하고 개발비를 낮춘 신형 원자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대형 전력사와 원전 제작사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협의체에는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등 일본 대형 전력회사와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제작소 등 원자로 건설 관련 기업이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대형 건설사 등에도 참가를 독려할 방침이다.

민·관 협의체는 출력 10만~30만㎾급 소형 원자로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기준이 대폭 강화된 영향으로 기존 100만㎾급 대형 원자로는 건설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형 원자로 건설에는 1조엔(약 10조923억원)가량 들지만 소형 차세대 원자로는 수천억엔가량이면 건설할 수 있다.

차세대 원자로는 고온가스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안전성 강화를 위한 냉각수가 필요 없고 비상시 수증기 폭발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신 제어시스템 도입과 기존 대형 원자로 개량 작업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서는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률이 급격히 줄면서 관련 기술력을 유지·발전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원전을 일부 재가동하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의 효율적 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때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후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바꿨고 2016년부터 원전 재가동에 나섰다. 현재까지 재가동을 위한 안전기준인 ‘신규제 기준’을 통과한 원전은 14기로 이 중 9기가 운영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더해 지난 3일 각의(국무회의)를 통과한 신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현재 발전원(發電源)의 2%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이기로 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30기가량의 원전을 추가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가동이 가능한 원전 수가 최대 29기에 불과하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오랫동안 가동을 멈춘 원전 중 상당수가 노후화되는 만큼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6년엔 25기 원전이 국내 전력 생산의 29%를 담당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26%로 떨어졌다. 올 1분기엔 18%까지 원전 발전 비중이 낮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에 신중한 여론도 있는 만큼 고성능 축전지와 재생에너지 같은 다른 에너지 분야에서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