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합의 간신히 유지할수도…EU, '핵합의 유지' 플랜 B 모색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폐기 결정을 내리면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관계가 한계점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폐기에 관한 결정을 발표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EU-미 관계 악화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dpa통신이 7일 보도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전문가인 알리 바에즈는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면 EU에 엄청난 충격을 안기게 될 것"이라면서 "이란 핵합의는 EU가 보기 드물게 거둔 다자외교의 진정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가 미국의 압력에 주저앉으면 자체 안보에 절대적인 합의들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주적인 외교 정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고 바에즈는 지적했다.

특히 '카네기 유럽'의 전문가 코르넬리우스 아데바르는 이란 핵합의의 운명은 EU-미 관계를 '한계점'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한 일 등으로 인해 EU-미 신뢰관계는 토대가 약해졌다고 그는 부연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사안은 유럽인이 미국인, 아니 실제로는 미국 정부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폭넓게 인지하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핵합의 파기는 EU-미 관계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 아데바르는 진단했다.

문제는 이란 핵합의 건이 EU가 진정 "안돼, 이건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해야 할 대목이냐는 것이지만, 트럼프가 실제 핵합의 탈퇴 결정을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그는 전망했다.

핵합의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일부 손을 대거나 아니면 전부를 폐기하는 등의 선택권을 가진 트럼프가 합의를 실제 폐기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지만, 그대로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고 아데바르는 분석했다.

아데바르는 "트럼프는 올인(all in) 하지도, 반대로 올아웃(all out) 하지도 않고 합의를 간신히 유지함으로써 유럽에 대한 압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면 EU는 기업들의 이란 내 활동을 도와주면서, 이란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핵합의를 유지하는 플랜 B를 준비할 것이라고 EU의 한 고위관리는 말했다.

EU는 미국의 제재로부터 유럽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고, 이란이 미국 없이도 합의를 준수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이 석유를 계속 팔 수 있도록 보장하거나 개발원조 또는 차관을 제공하고,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맺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핵합의 운명 목전…"EU-미, 한계점까지 몰릴수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