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브로맨스(남성 사이의 우정)’를 과시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는 작심한 듯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무역정책을 비롯해 파리기후협정 탈퇴, 이란 핵 합의 파기 압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정면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한 뒤 그의 등에 우아하게 칼을 꽂은 격”이라고 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흐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일시적인 해결책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 세계의 번영을 위협할 것”이라며 “동맹국이 대립하는 무역 전쟁은 우리의 사명과 세계 안보에 대한 결의, 역사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다자주의 체제를 형성한 당사자란 점을 지적하며 “(미국은) 이를 보존하고 재창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주요 현안인 이란 핵 협정을 두고는 ‘폐기’ 대신 ‘합의 존중’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이란 핵 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 합의가 모든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지라도 근본적인 대안 없이 핵 협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관련해선 “미국이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다”며 “이 세상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기후협정 복귀를 주문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전날 정상회담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과 대비된다. 두 정상은 앞서 공개석상에서 프랑스식으로 양 볼을 맞대는 인사(비주)를 나눈 데 이어 포옹 등으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 중 환한 웃음을 짓거나 수차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미 언론은 “양당이 정책에 관해선 엇갈린 반응이었지만 마음을 흔드는 마크롱 대통령의 능력만큼은 분명했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