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 성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생산과 소비자심리 등 주요 경기지표가 부진하다. 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2.5%를 기록하는 등 연초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하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집계한 유로존의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는 55.2로 14개월 만의 최저였다. 지난 2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0.2%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이 빗나갔다.

유로존을 이끄는 독일 경제도 주춤하다. 독일의 2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는 0.3% 증가였다. 독일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가 집계한 경기기대지수는 3월 5.1에서 4월 -8.2로 하락해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0 미만이면 비관적 심리가 퍼져 있다는 의미다. 플로리안 헨스 베렌버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의 가속이 멈췄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에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연초 독일 금속노조의 파업과 지난겨울 유럽에 유행한 독감 등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최근 경기지표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 요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경제가 지난 몇 년간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수출 기업들은 유로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르크 크레머 코메르츠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올 들어 주요 통화 대비 7% 절상돼 유럽 상품의 경쟁력이 약해졌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독일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고, 유로존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효과도 줄어들고 있다. ECB는 채권 매입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푸는 돈의 규모를 2016년 월 800억유로에서 지난해 600억유로로 줄였고, 올 들어선 300억유로로 축소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