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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료 규제의 역설…저소득층 집 구하기 더 힘들어진다

    “뉴욕 유권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에서 밀려난 요리사, 배달원, 택시 운전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의 승리 연설 중 일부다. 뉴욕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한 맘다니의 핵심 공약이 100만 가구 임대료 동결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 규제는 저소득층을 도시 바깥으로 더욱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임대료 규제의 오랜 역사맘다니의 임대료 규제 공약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뉴욕에는 오래전부터 임대료 규제가 있었다.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였다. 전쟁 특수로 많은 근로자가 뉴욕으로 밀려들었는데 건설사들이 군수 지원에 집중하느라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 이에 뉴욕시는 세입자가 임대료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법원이 ‘합리성을 기준으로’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했다.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엔 미국 연방 정부가 식료품과 연료, 원자재 가격 그리고 주택 임대료를 통제했다. 참전 군인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할 목적으로 미국 전역의 주택 임대료를 동결했다. 전쟁이 끝난 뒤 연방 정부는 가격 통제를 해제했지만, 뉴욕시는 임대료가 계속 오르자 시 차원에서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을 정했다.1969년엔 임대료 안정화법을 제정해 임대인 대표와 세입자 대표, 공공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하도록 했다. 1990년대 이후 규제를 완화한 시기도 있었지만, 2019년부터는 임대료 인상률을 1.5~2.5%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자기 집에 불을 지른 집주인이런 규제는 단기적으로 임대료를 안정시키는

    2025.12.01 17:18
  • [경제야 놀자] 한은 물가상승률 목표, 왜 0% 아닌 2%일까

    한국은행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의 최대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는 고용 안정과 금융 안정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보통 전년 대비 2%를 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잡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기준금리와 통화량 등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다. 통화량목표제 폐기·물가안정목표제 도입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굳이 물가안정목표제라는 제도가 필요한가.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한국은행은 통화량목표제를 채택했다. 협의통화(M1), 광의통화(M2) 등 통화량 증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했다. 1980년대 이후 통화량과 물가의 관계가 약해지면서 이 제도의 유효성도 낮아졌다.환율목표제도 있었다. 환율을 특정한 범위에 고정해 물가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 안정에 집중하다 보면 국내 경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통화량·환율 관리라는 ‘중간 목표’를 거치지 않고, 물가 상승률 자체를 타깃으로 삼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뉴질랜드(1990년)다. 한국은 1998년 4월 채택했다. 일본 영국 호주 등 30여 개국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Fed는 물가

    2025.12.01 10:00
  • [토요칼럼] 좋은 돈, 나쁜 돈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글이다. 요즘 대한민국에 불행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서민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25만원씩 받아서 좋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주가가 올라서 좋고, 집을 가진 사람, 그중에서도 서울 요지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은 집값이 뛰어서 좋다는 내용이었다.다소 반어법적 뉘앙스를 풍기는 이 얘기를 동료들에게 했더니 바로 반박이 들어왔다. 누구는 2차 소비쿠폰을 못 받았다고 했고, 누구는 주식을 얼마나 가졌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이른바 서울 상급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도 그 자리에는 없었다.분위기는 바로 썰렁해졌다. 2차 소비쿠폰 10만원이 큰돈은 아니라고 해도 남들 다 받는 돈을 못 받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1년도 안 되는 사이 60% 넘게 올랐지만 NH투자증권이 자사 고객을 분석해보니 손실을 보는 사람이 이익을 내고 있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한다. 집값 흐름은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리고, 사는 집 한 채 가격이 올랐다면 세금만 더 낼 뿐 당장 차익을 실현할 것도 아니다. 주식도 집도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다는 속쓰림을 견뎌야 한다.소비쿠폰, 주가 상승, 집값 상승은 한 가지 배경을 공유한다. 막대하게 풀린 돈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광의통화(M2)는 4447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6.9% 늘었다.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내린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내년 정부 예산은 728조원으로 올해보다 8.1%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4%에 이른다.무엇이든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진다. 돈이 많아진 만큼 돈값은 하락한다. 즉, 물가가 오른다. 소비쿠폰을 3차, 4차까지 받는다 해도 공돈처

    2025.11.28 17:33
  • 한경 초등생 대상 '문해력 美쳤다' 개강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초등학생을 위한 문해력 특강 ‘문해력 美쳤다’(사진)를 지난 22일 개강했다. 이 특강은 초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문학 작품과 신문 기사 등 다양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다음달 13일까지 4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 두 시간씩 수업한다.첫 주 수업 ‘마법의 어휘로 독해의 문 열어라’에서는 글을 읽으며 문맥에 어울리는 어휘를 찾아내고, 유의어와 반의어, 동음이의어 등을 익혔다. 2주차 독해력, 3주차 사고력, 4주차 표현력을 주제로 한 강좌가 이어진다. 수강 인원을 15명 안팎으로 제한해 밀도 있는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한경이 발행하는 어린이 경제·논술신문 주니어 생글생글 제작진과 초교 교사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1~2학년과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강좌도 마련할 계획이다.유승호 기자

    2025.11.26 18:23
  • [경제야 놀자] 경기침체냐, 아니냐…쓰레기 배출량으로도 파악

    계절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듯이 경제 상황도 계속해서 달라진다. 어떨 때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활발하고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는 반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공장은 가동을 멈춰 일자리도 줄어들 때가 있다.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현재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판단하고 예측해 소비와 저축, 투자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날씨를 알아맞히기 힘든 것처럼 경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에 대한 판단은 종종 엇갈린다.회복→확장→후퇴→수축 반복경기란 국민경제의 총체적 활동 수준과 분위기를 말한다. 경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것을 ‘경기변동’이라고 한다. 경제학적으로는 잠재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실제 GDP가 올랐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물결 모양의 곡선이 그려진다. 그래서 영어로는 ‘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경기순환 곡선이다.경기변동은 네 가지 국면으로 나뉜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는 회복기, 경제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정점으로 가는 확장기, 정점을 찍고 둔화하기 시작하는 후퇴기, 경제 활동이 더욱 둔해져 저점을 향해 가는 수축기다.통계청은 1970년부터 각종 지표를 종합해 경기순환에 관한 자료를 내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70년 이래 11차례 경기순환을 겪었으며, 지금은 12번째 순환기에 있다. 상승 국면은 평균 33개월, 하강 국면은 평균 20개월 지속됐다. 마지막 경기 정점은 2017년 9월, 마지막 저점은 2020년 5월이었다.총수요·총공급 변화가

    2025.11.24 10:00
  • [경제야 놀자] 정부는 돈 푸는데…서민 지갑은 왜 얇아지나

    잠시 숨을 고르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4000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될까 불안에 떤다. 나만 뒤처질까 불안해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열심히 일하며 월급 받아 알뜰하게 살았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밀은 인플레이션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현대 화폐 시스템과 순진한 당신의 재산을 교묘하게 빼앗아가는 정부 정책에 있다. 숨만 쉬고 살아도 가난해지는 이유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돈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을 늘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현대 화폐경제에서 돈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김 씨가 A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린 뒤 이 돈을 같은 은행의 예금 계좌에 넣어뒀다고 하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0%로 가정한다. A 은행은 김 씨의 예금 100만원 중 10만원을 제외한 90만원을 이 씨에게 대출해준다. 이 씨는 이 90만원을 B 은행에 예치한다. B 은행은 90만원 중 9만원을 제외한 81만원을 박 씨에게 빌려준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최초의 100만원은 1000만원까지 불어난다.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돈은 새로 생겼지만, 이자는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연 5%라면 김 씨, 이 씨, 박 씨 등이 갚아야 할 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50만원이다. 그런데 이 경제의 통화량은 1000만원뿐이다. 이자를 갚을 돈이 없다.이런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빚을 내 새로운 돈을

    2025.11.17 10:00
  • 정부는 돈을 푸는데…서민 지갑은 왜 얇아지나

    잠시 숨을 고르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4000을 돌파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집도 주식도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될까 불안에 떤다. 나만 뒤처질까 불안해지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다. 열심히 일하며 월급 받아 알뜰하게 살았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비밀은 인플레이션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현대 화폐 시스템과 순진한 당신의 재산을 교묘하게 빼앗아 가는 정부 정책에 있다.◇숨만 쉬고 살아도 가난해지는 이유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과 같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돈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을 늘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현대 화폐 경제에서 돈이 늘어나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김씨가 A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린 뒤 이 돈을 같은 은행의 예금 계좌에 넣어 뒀다고 하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0%로 가정한다. A은행은 김씨의 예금 100만원 중 10만원을 제외한 90만원을 이씨에게 대출해준다. 이씨는 이 90만원을 B은행에 예치한다. B은행은 90만원 중 9만원을 제외한 81만원을 박씨에게 빌려준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최초의 100만원은 1000만원까지 불어난다.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돈은 새로 생겼지만, 이자는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출 금리가 연 5%라면 김씨, 이씨, 박씨 등이 갚아야 할 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050만원이다. 그런데 이 경제의 통화량은 1000만원뿐이다. 이자를 갚을 돈이 없다.이런 모순을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또 다른 누군가가 빚을 내 새로운 돈을 만들어내

    2025.11.10 17:25
  • [경제야 놀자] 손흥민 연봉, K리그의 50배…비싼 몸값의 비밀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몸값은 무려 3억2500만 달러(약 4707억 원)에 이른다. 계약 기간이 12년으로 길지만, 총액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이다. 이렇듯 스타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연봉도 1152만 달러(약 166억 원)으로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의 작년 평균 연봉(3억499만 원)의 50배가 넘는다. 슈퍼스타의 몸값은 왜 그렇게 비쌀까?대체 불가능한 실력자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셔윈 로젠은 1981년 발표한 논문 ‘슈퍼스타 경제학’에서 소수의 특급 스타가 압도적으로 높은 소득을 얻는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슈퍼스타 현상이 나타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첫째는 슈퍼스타의 대체 불가능성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이 슈퍼스타가 된다. 야마모토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올렸다. 우승에 필요한 4승 중 3승을 혼자 책임지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연봉이 비싸다고 해서 야마모토 대신 다른 선수를 샀다면 LA다저스는 우승에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라면 비싼 값을 주고라도 잡아야 한다. 야구팬들에게 평범한 투수가 나오는 경기를 두 번 보는 것과 야마모토가 나오는 경기를 한 번 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야마모토의 경기를 택할 것이다.둘째로 슈퍼스타가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즉 한계생산비용이 제로(0)에 가까워야 한다. 야마모토의 투구는 경기장은 물론 TV,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2025.11.10 10:00
  • [경제야 놀자] 응급실 뺑뺑이…문제는 '의료시장 가격상한제'

    구급차에 실린 응급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 환자가 현장에서 출발한 후 병원 도착까지 1시간 이상 걸린 사례가 2만7218건이었다. 3시간 이상 지연된 건수만 551건이었다. 응급실 뺑뺑이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 의료과목 붕괴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일부에선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위 인기과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돈을 밝힌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의료 분야도 돈이 오고 가는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감기 진료비가 10만원이라면?필수 의료 붕괴의 배경을 살펴보려면 의료수가 얘기부터 해야 한다. 의료수가는 의사(병원)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돈이다. 한마디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이다.의료수가는 일반적인 재화·서비스 가격과 달리 정부가 정한다. 항생제 주사는 1만원, 소독약 처방은 5000원 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의료수가 제도는 일종의 가격상한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환자를 잘 보는 의사도, 명성이 자자한 병원도 의료수가를 초과하는 돈을 받을 수 없다.정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의료서비스는 전 국민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판매자(의사)와 구매자(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요즘 환절기라 감기 환자가 몰려서 진료비가 올랐다”며 10만원을 내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수가로 감기 진료비를 묶어 놓는다. 환자가 많으면 병원

    2025.11.03 10:00
  • [경제야 놀자] '좋은 투자' vs '나쁜 투기' 구분할 수 있을까

    이제 서울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내놓은 정책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부동산 ‘투자’는 없다경제학에서는 투자를 미래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화, 즉 자본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쉬운 예로 기업의 공장 건설, 장비 구입, 신축 건물 건설이 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는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투자가 아니다.조금 넓게 보면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리한 이익을 목표로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보통 투기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보는 것이고, 투기는 주가의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둘을 구분했다. 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culation’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자산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 돈을 장기적으로 묻어 두는 것은 투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주식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 자체도 모

    2025.10.27 10:00
  • 들썩이는 집값…'좋은 투자' vs '나쁜 투기' 구분될까

    이제 서울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투기 목적이 아니라 실거주 목적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려고 내놓은 정책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는 없다경제학에서는 투자를 미래에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화, 즉 자본재를 구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쉬운 예로 기업의 공장 건설, 장비 구입, 신축 건물 건설이 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는 신축 주택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투자가 아니다.조금 넓게 보면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리한 이익을 목표로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보통 투기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보는 것이고, 투기는 주가의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둘을 구분했다. 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culation’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자산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 돈을 장기적으로 묻어 두는 것은 투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주식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 자

    2025.10.20 17:20
  • [경제야 놀자] 스벅보다 비싼 동네 커피점 '배짱 영업' 하는 이유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업체다. 작년 매출이 3조1001억원으로 2위 투썸플레이스의 여섯 배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비싼 커피는 아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값이 비싼 프랜차이즈가 있다. 심지어 주택가의 작은 커피점 중에도 스타벅스보다 비싸게 파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가 넘는다는데 1등보다 비싸게 팔다니 ‘배짱 영업’일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커피 전문점 시장이 ‘독점적 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커피는 없다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무한히 많고, 모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커피점도 균형 가격보다 비싸게 받지 못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간다. 굳이 가격을 싸게 할 이유도 없다.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릴 순 있겠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리면 매출만 줄어든다.이런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다수의 판매자가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며 진입 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생산자는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드물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쌀과 우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들지만, 쌀도 이천 쌀과 강진 쌀이 다르고, 우유에도 등급이 있다.이미 100년 전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고전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조안 로빈슨과 미국의 에

    2025.10.20 10:00
  • [토요칼럼] 삼겹살 값 올리는 건 사장님이 아니다

    “여러분, 삼겹살값이 왜 올랐을까요?” 지난 8월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의 여름방학 경제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에게 물었다. 미리 나눠준 기사를 읽고 경제 기초 원리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맨 뒷줄의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사장님이 나쁜 사람이라서요.”‘그건 아니에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던 순간 “아이들 의견이 틀렸다고 하지 말라”던 선배의 말이 기억났다. 그래, 사장님이 아주아주 착한 사람이면 삼겹살값을 안 올릴 수도 있지. “아, 다른 이유가 있어요”라며 에둘러 말했다. 하긴 어른들을 모아 놓고 같은 질문을 했어도 비슷하게 답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틀린 답이다.왜 틀렸는지는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삼겹살집 사장은 가격을 올린 새 메뉴판을 만들면서 비싸진 가격 탓에 혹시 손님이 줄지는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걱정 없이 마음껏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판매자는 이 세상에 거의 없다. 가격과 수요는 음의 상관관계, 가격과 공급은 양의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것, 그날 초등학생들에게 설명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이 법칙이 작동하는 시장에서 삼겹살집 주인은 삼겹살의 수요와 공급에 얽힌 모든 상황을 반영해 메뉴판에 가격을 표시하는 최종 행위자에 불과하다. 삼겹살값이 오른 게 식당 사장의 욕심 때문이라면 과일값이 오르는 것은 마트 사장, 집값이 오르는 건 집주인의 못된 심보 탓이다. 정말 그렇다면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전국의 사장들을 불러 겁도 줘가며 어르고 달래는 것이다.아닌 게 아니라 역대 정부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기름값

    2025.10.17 17:22
  • 스벅보다 비싼 동네 커피점 '배짱 영업' 가능한 이유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업체다. 작년 매출이 3조1001억원으로 2위 투썸플레이스의 여섯 배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비싼 커피는 아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값이 비싼 프랜차이즈가 있다. 심지어 주택가의 작은 커피점 중에도 스타벅스보다 비싸게 파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가 넘는다는데 1등보다 비싸게 팔다니 ‘배짱 영업’일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커피 전문점 시장이 ‘독점적 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똑같은 커피는 없다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무한히 많고, 모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커피점도 균형 가격보다 비싸게 받지 못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간다. 굳이 가격을 싸게 할 이유도 없다.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릴 순 있겠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리면 매출만 줄어든다.이런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다수의 판매자가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며 진입 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생산자는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드물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쌀과 우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들지만, 쌀도 이천 쌀과 강진 쌀이 다르고, 우유에도 등급이 있다.이미 100년 전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고전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조안 로빈슨과 미국의 에드

    2025.10.13 18:16
  • [경제야 놀자] 부자에게 싼 이자는 나쁘다?…금리는 신용이 결정

    고리대금이 죄악이라는 관념은 오래됐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가난한 자에게 돈을 꿔 주면 이자를 받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부자는 이자율이 싸고, 가난한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이재명 대통령), “고신용자는 낮은 이율, 저신용자는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구조적 모순”(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신용 저금리, 저신용 고금리’를 기본으로 하는 신용 시스템은 그렇게 부당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의롭다.금리 결정하는 것은 소득 아니라 신용도은행 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 금리+가산 금리-가감조정 금리’라는 공식에 따라 산출된다. 대출 기준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금 조달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출의 ‘원재료비’라고 할 수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은행채 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 은행의 대출 기준 금리다.가산 금리엔 인건비를 비롯한 은행의 경영 비용과 일정 수준의 이윤이 포함된다. 가감조정 금리는 우대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적금 가입 여부, 신용카드 거래액 등에 따라 은행이 깎아주는 금리다. 이 가운데 대출받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가산 금리다. 리스크 프리미엄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안 갚고 떼어먹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를 은행이 판단해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금리를,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 정치인들은 종종 ‘고소득층은 낮은 이자를 내고 저소득층은 높은 이자를 낸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소

    2025.10.13 10:00
  • 이자 많이 내는 게 억울? 신용 없으면 당연한 겁니다

    고리대금이 죄악이라는 관념은 오래됐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가난한 자에게 돈을 꿔 주면 이자를 받지 말라”는 구절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부자는 이자율이 싸고, 가난한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이재명 대통령), “고신용자는 낮은 이율, 저신용자는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구조적 모순”(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신용 저금리, 저신용 고금리’를 기본으로 하는 신용 시스템은 그렇게 부당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의롭다. ◇ 금리 결정하는 것은 소득 아니라 신용도은행 대출 금리는 ‘대출 기준 금리+가산 금리-가감조정 금리’라는 공식에 따라 산출된다. 대출 기준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다른 것으로, 자금 조달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출의 ‘원재료비’라고 할 수 있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은행채 금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이 은행의 대출 기준 금리다.가산 금리엔 인건비를 비롯한 은행의 경영 비용과 일정 수준의 이윤이 포함된다. 가감조정 금리는 우대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적금 가입 여부, 신용카드 거래액 등에 따라 은행이 깎아주는 금리다. 이 가운데 대출받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가산 금리다. 리스크 프리미엄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돈을 안 갚고 떼어먹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를 은행이 판단해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금리를,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정치인들은 종종 ‘고소득층은 낮은 이자를 내고 저소득층은 높은 이자를 낸다’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2025.09.29 17:51
  • [경제야 놀자] '빚내 돈 풀자'는 정부…투자로 불린 싱가포르 봐라

    대한민국 국민은 0세 신생아부터 100세 넘은 노인까지 1인당 25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 나라가 진 빚이다. 내년엔 1인당 200만원씩 빚을 더 낼 것이라고 한다. 증가 속도가 빨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기 회복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한 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씨를 빌려다가 뿌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가부채는 이 대통령 말대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미래 세대의 짐으로 남을까. 씨앗 빌려 잘 키운 나라빌려서 뿌린 씨앗이라도 잘 키우기만 하면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싱가포르다.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75.8%다. 올해 말 49.1%로 예상되는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그러나 싱가포르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싱가포르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는 11개국 중 하나다. 미국보다도 신용등급이 높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였다. 한국(0.6%)과 비교가 안 된다.싱가포르가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데도 우량한 신용등급과 함께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빌린 돈을 알뜰하게 쓰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채로 조달한 돈을 구멍 난 나라 살림을 메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한다.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과 국부펀드 테마섹이 세계 각국의 우량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정부 부채가 국부펀드의 자산이 되니 순부채는 겉으로 드

    2025.09.29 10:00
  • '빚내서 돈풀자'는 정부…투자로 불린 싱가포르를 봐라

    대한민국 국민은 0세 신생아부터 100세 넘은 노인까지 1인당 25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 나라가 진 빚이다. 내년엔 1인당 200만원씩 빚을 더 낼 것이라고 한다. 증가 속도가 빨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기 회복과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한 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씨를 빌려다가 뿌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가부채는 이 대통령 말대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미래 세대의 짐으로 남을까. ◇씨앗 빌려 잘 키운 나라빌려서 뿌린 씨앗이라도 잘 키우기만 하면 풍성한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싱가포르다. 지난해 말 기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75.8%다. 올해 말 49.1%로 예상되는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그러나 싱가포르 경제를 불안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싱가포르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는 11개국 중 하나다. 미국보다도 신용등급이 높다.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였다. 한국(0.6%)과 비교가 안 된다.싱가포르가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데도 우량한 신용등급과 함께 탄탄한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빌린 돈을 알뜰하게 쓰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국채로 조달한 돈을 구멍 난 나라 살림을 메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한다.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과 국부펀드 테마섹이 세계 각국의 우량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정부 부채가 국부펀드의 자산이 되니 순부채는 겉으로

    2025.09.22 18:04
  • [경제야 놀자] '이자장사'막으려는 관치, 서민 대출 문턱 높인다

    은행은 돈을 너무 잘 벌어도 고민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10조325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은행의 이익은 대부분 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담한 이자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이들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은행을 향해 “이자 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 이자가 무엇이길래 은행은 돈을 벌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것일까.시간 선호와 이자의 역할흔히 이자를 ‘돈을 빌려 쓴 대가’라고, 금리(이자율)는 ‘돈의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자를 죄악시하는 관념 또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돈이 돈을 버니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고대에도 이자는 존재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인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 점토판에 이자 얘기가 있을 정도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법전에는 곡물을 빌렸을 때 33%의 이자를 얹어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돈이 없어도 이자는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혹은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하는 것은 불완전한 설명이다.이자의 본질은 그것이 시간 선호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은 같은 재화라면 나중에 갖기보다 지금 소유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아파트 한 채를 지금 소유하는 것과 10년 후에 갖는 것 중 10년 후에 갖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좋아하는 것이 시간 선호다.만약 A에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쌀이 있고 B에겐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하다고 해보자. A가 B에게 남는 쌀을 빌려주고 1년 뒤 갚게 하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

    2025.09.22 10:00
  • [경제야 놀자] 중대재해법에도, 사고는 더 늘어…왜?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산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하는 등 강경한 발언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가 재해 사업장에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검토하는 와중에도 코레일 선로 사고로 7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시행 3년을 넘긴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서도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재 발생 사업장과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및 제재 수위를 높여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전 예방보다 사후 면피가 합리적인간은 미래에 예상되는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행동한다. 이를 기대효용이론이라고 한다. 사업주나 경영자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과 경영자 입장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은 당장의 확실한 비용이다.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려면 돈을 써야 하고, 근로자들이 안전 규정을 원칙대로 지키게 하려면 어느 정도 생산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받게 될 처벌과 불이익은 미래의 불확실한 비용이다. 만약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다면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더구나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고 불리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낙관 편향’이라고 한다. 처벌 수위를 높여도 기업 경영자는 ‘우리 회사에선 사고가 안 일어나겠지’ 하는 낙관 편향에 빠지기 쉽다. 그 결과 사고 예방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또 기업과 정부 사이에는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정

    2025.09.15 10:00
  • 중대재해법 시행 3년, 사고는 더 늘었는데 왜?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산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하는 등 강경한 발언도 쏟아냈다. 하지만 정부가 재해 사업장에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검토하는 와중에도 코레일 선로 사고로 7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시행 3년을 넘긴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서도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재 발생 사업장과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및 제재 수위를 높여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사전 예방보다 사후 면피가 합리적인간은 미래에 예상되는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행동한다. 이를 기대효용이론이라고 한다. 사업주나 경영자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과 경영자 입장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은 당장의 확실한 비용이다.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려면 돈을 써야 하고, 근로자들이 안전 규정을 원칙대로 지키게 하려면 어느 정도 생산성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받게 될 처벌과 불이익은 미래의 불확실한 비용이다. 만약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다면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더구나 인간은 자기에게 유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고 불리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낙관 편향’이라고 한다. 처벌 수위를 높여도 기업 경영자는 ‘우리 회사에선 사고가 안 일어나겠지’ 하는 낙관 편향에 빠지기 쉽다. 그 결과 사고 예방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또 기업과 정부 사이에는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정부

    2025.09.08 16:45
  • [경제야 놀자] 병원비 지원하니 환자 폭증…복지의 '코브라 효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복지를 포함한 ‘기본사회’ 예산이 57조원으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복지정책에는 재정 부담을 따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복지정책 자체의 속성으로 돈은 돈대로 쓰면서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집에서 뱀을 키운 이유복지정책에 내장된 첫 번째 문제점은 ‘코브라 효과’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 코브라가 출몰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영국 식민당국이 대책을 내놨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잡아 오는 코브라가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인도인들이 포상금을 받을 요량으로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었다. 경악한 식민당국이 포상금을 폐지하자 인도인이 키우던 코브라를 내다 버려 더 엉망이 됐다.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하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가 2001년 출간한 책 <코브라 효과>에서 유래했다. 코브라 효과는 인센티브를 잘못 설계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는 것이다.2006년 6세 미만 아동이 입원하면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진료비가 1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멀쩡한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창회에 다녀오는 부모도 있었다. 코브라를 잡아 오랬더니 코브라를 키운 것

    2025.09.08 10:00
  • [토요칼럼] 청년만 탓할 수 없는 '쉬었음' 문제

    얼마 전 어느 식사 자리에서 ‘쉬었음 청년’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일자리도 없고 구직활동도 안 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정부가 교육과 구직 지원 예산을 늘리고 있으니 그걸로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얘기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쉬었다’고 한 20대는 42만1000명으로 7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프로젝트 얘기는 나오다가 말았다. 누군가 “친구 동생이 쉬었음 청년”이라고 하자 “내 조카도 그렇다” “친구 아들이 그렇다”는 얘기가 줄을 이었다. 이런 대화는 “요즘 애들이 배가 불러서 그런다”는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어떤 문제의 원인을 당사자나 해당 집단의 특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장 쉬운 비난 방식이다. 그게 원인이라면 논의가 복잡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별로 없다. 요즘 청년들이 정말 나약한 건지, 어느 세대의 삶이 더 고단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도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배경을 그 세대의 특성에서 찾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우선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고용노동부가 직장을 다니지 않는 19~34세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이 원한 최저 급여는 월 235만원이었다. 과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정도 일자리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를 보면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15~29세)의 53.5%가 첫 직장에서 200만원 미만 월급을 받았다.투자 환경 악화로 인한 기업 엑소더스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25개 주 상·

    2025.09.05 17:33
  • [경제야 놀자] 30조 풀어도 0%대 성장…이유는 '정책 무력성'

    소비쿠폰 13조원이 풀렸다. 소비쿠폰을 포함해 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다. 그럼에도 주요 연구기관의 경제 전망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내다봤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쿠폰이 물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가 침체했을 때 정부는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뜻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소고기는 한 번뿐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총수요가 증가한다. 총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물가는 오르고 국민소득은 늘어난다.(<그림1>E1→E2) 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만 한다면 경기 부양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을 비롯해 다른 생산요소 가격이 함께 상승한다. 그렇게 되면 총공급이 감소해 국민소득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고 만다.재정 지출이 생각만큼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르면 화폐 수요가 커진다. 화폐 수요 증가는 이자율을 밀어 올린다. 이자율 상승은 기업 투자 감소를 불러오고 투자 감소는 총수요 하락으로 이어진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정 지출을 확대한 영향으로 높아진 물가는 경기 부양 효과가 소멸한 뒤에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높아진 수준에 머문다.(<그림1>E2→E3) 소비쿠폰으로 온 가족이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있지만 소비쿠폰을 다 쓰고 나면 앞으로는 소고기를 사 먹기가 더

    2025.09.01 10:00
  • 병원비 지원했더니 환자 폭증…복지의 '코브라 효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복지를 포함한 ‘기본사회’ 예산이 57조원으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복지정책에는 재정 부담을 따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복지정책 자체의 속성으로 돈은 돈대로 쓰면서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 집에서 뱀을 키운 이유복지정책에 내장된 첫 번째 문제점은 ‘코브라 효과’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 코브라가 출몰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영국 식민당국이 대책을 내놨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잡아 오는 코브라가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인도인들이 포상금을 받을 요량으로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었다. 경악한 식민당국이 포상금을 폐지하자 인도인이 키우던 코브라를 내다 버려 더 엉망이 됐다.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하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호르스트 지베르트 독일 경제학자가 2001년 출간한 책 <코브라 효과>에서 유래했다. 코브라 효과는 인센티브를 잘못 설계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는 것이다.2006년 6세 미만 아동이 입원하면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진료비가 1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멀쩡한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창회에 다녀오는 부모도 있었다. 코브라를 잡아 오랬더니 코브라를

    2025.08.25 18:06
  • [경제야 놀자] 수확 체감이 지배하는 경제…저성장은 숙명?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망치를 높이는 추세지만 1%를 크게 넘지 않는다. 주요 경제 연구 기관은 0%대 성장률이 굳어질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내다본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가라앉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저성장은 숙명과도 같은 것일까.성장이 없던 시대의 성장오늘날 세계가 경험하는 경제성장은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예외적인 일이다.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 연구에 따르면 1500년부터 1820년까지 서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14% 증가했다. 1785~1820년 영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5%였다. 산업혁명의 결과가 겨우 그 정도였다.이렇게 경제가 발전하지 않던 시대의 경제성장을 잘 설명한 사람이 토머스 맬서스(1766~1834)였다. 맬서스는 생산요소는 노동뿐이고 생산물은 식량밖에 없는 경제를 가정했다. 노동 투입을 늘릴수록 식량 생산은 증가한다. 그러나 노동 한 단위를 투입할 때 추가로 늘어나는 식량 생산량, 즉 한계 생산량은 점차 줄어든다. 한정된 경작지에 농부만 더 집어넣는다고 해서 작물 생산이 충분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이런 상태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다 보면 식량 생산량이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해지는 시점이 온다. 그 결과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고 인구가 줄어든다. 결국 한 나라의 경제 규모와 1인당 생산량은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란 없는 셈이다. 현대인은 맬서스가 틀렸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그가 죽고 10여 년 뒤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년)이

    2025.08.25 10:00
  • 30조 풀어도 0%대 성장률…이유는 '정책 무력성'

    소비쿠폰 13조원이 풀렸다. 소비쿠폰을 포함해 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다. 그럼에도 주요 연구기관의 경제 전망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내다봤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쿠폰이 물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가 침체했을 때 정부는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뜻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소고기는 한 번뿐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총수요가 증가한다. 총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물가는 오르고 국민소득은 늘어난다.(<그림1>E1→E2) 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기만 한다면 경기 부양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을 비롯해 다른 생산요소 가격이 함께 상승한다. 그렇게 되면 총공급이 감소해 국민소득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고 만다.재정 지출이 생각만큼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오르면 화폐 수요가 커진다. 화폐 수요 증가는 이자율을 밀어 올린다. 이자율 상승은 기업 투자 감소를 불러오고 투자 감소는 총수요 하락으로 이어진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정 지출을 확대한 영향으로 높아진 물가는 경기 부양 효과가 소멸한 뒤에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높아진 수준에 머문다.(<그림1>E2→E3) 소비쿠폰으로 온 가족이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있지만 소비쿠폰을 다 쓰고 나면 앞으로는 소고기를 사 먹기가

    2025.08.18 17:22
  • [경제야 놀자] 조세귀착 큰 법인세…세율 올리면 서민 부담 커져

    법인세가 또 논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재 24%다. 문재인 정부 때 22%에서 25%로 올린 것을 윤석열 정부에서 1%포인트 낮췄다. 그것을 다시 25%로 올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법인세율을 낮춰봤자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고, 세금 수입만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세금을 깎아 주면 기업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법인세 수입이 줄어들고 소비도 투자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경제 원리와 맞지 않는다. 실제 현실과도 다르다. 법인세 인상은 서민 증세법인세는 누가 내는 세금인지부터 따져보자. 가상의 아이스크림 시장이 있다. 아이스크림의 시장 균형 가격은 1500원이라고 하자. 정부가 공공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업에 개당 500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세금이 부과된 만큼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었다. 따라서 아이스크림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었으니 가격은 오른다. 다만 세금 500원을 모두 판매가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면 수요가 확 줄어 아이스크림 기업이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 부과 후 아이스크림 가격은 1800원이 됐다.세금 부과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 부담은 300원 늘었고, 아이스크림 기업이 가져가는 돈은 200원 줄었다. 결국 소비자가 300원, 기업이 200원의 세금을 부담했다. 정부는 분명 기업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세금 500원 중 300원을 부담했다. 이렇게 세금 부담이 여러 경제주체에 분배되는 현상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법인세는 조세 귀착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세금이다. 법인세 부담은 배당 감소, 급여 인하, 가격 인상

    2025.08.18 10:00
  • 명문대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대입 자신감 생겼어요"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내는 비결이 있습니까.” “문장을 길게 쓰는 습관이 있는데, 짧게 끊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지난 11~12일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25 생글기자 오리엔테이션. 새로 선발된 생글기자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취재 방법과 기사 작성 요령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생글기자는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중·고교생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의 청소년 기자다. 한경은 매년 신입 생글기자를 위한 교육 행사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1박2일간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지난달 선발된 고교 21기, 중 14기 생글기자 40여 명이 참석했다.우수 생글기자 시상식과 신입 생글기자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신문 읽기와 경제 흐름 이해하기’ ‘생글생글 이렇게 만듭니다’ ‘AI 시대의 글쓰기’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생글기자들은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들의 지도로 한국경제신문과 생글생글 기사를 읽으며 3시간 넘는 강의에 집중했다. 추여은 학생(대전신일중 1학년)은 “글을 쓰면서 어렵게 느낀 점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생글기자단은 생글생글이 창간된 2005년 처음 출범했다. 지난 20년간 1400여 명의 생글기자를 배출했다.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생글기자 출신 선배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생글기자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이다. 이번 오리엔테이션에도 서울대 고려대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과 직장인 선배 16명이 멘토로 참석해 ‘진학·진로 상담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또 신입 기자들의 희망 진로와 관심 분야에 따라 경제·경영, 인문·사회&mi

    2025.08.17 17:12
  • 한경, AICE 전문 강사 양성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인공지능(AI) 역량 자격시험인 AICE(에이스·AI Certificate for Everyone) 공인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AICE 마스터’ 프로그램을 개설(사진)했다. 일반인과 교사, 전문 강사 등 총 19명이 지난 12일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교육 과정에 참여한다. 이들은 국가 공인 민간 자격을 획득한 ‘AICE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등급을 보유했으며, 프로그램을 마치면 AICE 공인 강사인 ‘에이스 마스터(AICE MASTER)’로 인증받는다. 한경은 AI 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함으로써 AI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관련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유승호 기자

    2025.08.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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