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자유와 공화가 또 고생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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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 교체 앞둔 국민의힘
공화·자유 포함된 이름 유력
'내란 유죄' 前 대통령 집착하면서
헌법 가치 제대로 실현할지 의문
최근 산업화 등 우파 가치 조명
국민 열망에 찬물 끼얹을까 우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공화·자유 포함된 이름 유력
'내란 유죄' 前 대통령 집착하면서
헌법 가치 제대로 실현할지 의문
최근 산업화 등 우파 가치 조명
국민 열망에 찬물 끼얹을까 우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우파 정당으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당 대표실에 걸어놓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힘 홈페이지에서는 이 당의 역사가 1997년 11월 창당한 한나라당에서 시작한다고 소개한다. 일종의 인지 부조화다.
국민의힘 나름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우파 정치 세력은 권위주의 독재의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파 정당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불가피하게 군사 쿠데타 세력과 얽히게 된다. 우파 적통임을 내세우되 독재와 거리를 둬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국민의힘이 그간 ‘자유’ ‘공화’ 등의 가치를 당명에 담지 못한 배경에도 그런 사정이 있었다. 건국, 산업화, 개발 독재가 얽힌 영욕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공화는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 오염되고 말았다. 자유당이라고 하면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가 떠오르고, 공화당이라고 하면 유신 독재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바람에 국민의힘은 산업화의 유산을 제대로 상속받지도 못하고, 독재의 부채를 확실하게 청산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당이 돼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공화의 가치를 당명에 담는 것은 우파 정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독재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우파 정치 세력의 역사에 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민 지배와 전쟁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성장 신화는 누가 뭐래도 빛나는 성과다.
그러나 뚜렷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과 과거에 얽매여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란 혐의로 사법적 단죄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지키기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안정을 추구하는 공화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위법하다는 점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는 발언도 여론과 동떨어진다.
새 이름을 단 국민의힘이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타다금지법 등 갖가지 규제 입법에 찬성표를 던져온 정당이 국민의힘이다. 장 대표는 지난주에도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산업화의 역사와 경제적 자유 등 우파 가치에 새롭게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주영 회장의 아침 식사 풍경’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쇼츠 조회 수가 912만 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아틀라스 도입에 반대한다는 기사의 인터넷 댓글을 보면 노조를 편드는 내용이 거의 없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지극히 우파적인 연설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내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하는 장 대표의 모습을 보면 밑바닥에 잠재한 자유와 공화를 향한 열망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말로 도로 자유당, 도로 공화당이 되지는 않을까. 자유와 공화가 또다시 고생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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