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한국에 부자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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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부동산 대책 3개월
강남 신고가 등 집값 불안 여전
'현금 10억' 부자만 47만 명인데
소득·자산 걸맞은 집은 태부족
수요 억제책 효과 높이려면
시장 눈높이 맞는 공급 따라야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강남 신고가 등 집값 불안 여전
'현금 10억' 부자만 47만 명인데
소득·자산 걸맞은 집은 태부족
수요 억제책 효과 높이려면
시장 눈높이 맞는 공급 따라야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석 달이 지났다. 초고강도 대책인 만큼 서울 아파트 불패, 특히 강남 불패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집값은 잡히지 않고 대한민국에 ‘현금 부자’가 얼마나 많은지 드러나는 중이다.
현금 부자가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KB금융지주가 지난달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이 47만 명이다.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24년을 기준으로 연간 가처분소득이 1억원 이상인 가구가 352만 가구에 이른다. 연 소득 1억원 이상 신혼부부(혼인신고 5년 이내)만 22만7000쌍이다. 결혼 전부터 두 사람이 모은 돈에 양가의 도움을 약간 받으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매수 후보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넘치는 것은 돈뿐만이 아니다. 서울에 집을 사려고 하는 이유는 더 많다. 시총 100대 기업 중 56곳이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구와 종로구에 21곳, 강남구와 서초구에 10곳이니 부동산 지도와 얼추 비슷하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의 ‘건강지수’ 조사에선 경기 과천과 서울 강남 3구, 성남 분당구가 1~5위에 올랐다. 청년은 번듯한 일자리를 잡기 위해, 중장년은 자녀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노년층은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서울에 살려고 한다.
이렇듯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 집계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는 180만 호가 채 안 된다. 이른바 상급지인 강남 3구에 용산구와 마포구까지 합쳐도 45만 호로 현금 10억원 이상 부자 수에 못 미친다.
신축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불균형은 훨씬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열 채 중 여섯 채가 입주 20년이 지났다. 세론은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문제라고 하지만 소득과 자산 수준에 맞는 좋은 집이 부족한 것이 진짜 문제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오른 가격은 ‘미친 집값’이 아니다. 균형가격일 뿐이다.
소득이 늘고 자산이 쌓임에 따라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대출 규제가 일시적으로 수요를 눌러놓을 수는 있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까지 사라지게 하지는 못한다. 공급 부족은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하게 한다.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오죽하면 “수요 억제책이 많이 남았다”(2025년 7월 3일)던 이재명 대통령이 불과 다섯 달 만에 “대책이 없다”(12월 5일)고 토로했을까.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세제를 정비하면 숨통은 틔울 수 있다. 적절한 공급이 뒷받침될 때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한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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