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두 번째로 긴 장기 호황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 경제가 ‘고용의 질’을 본격적으로 고심하고 나섰다. 올 2월 실업률이 2.5%로 완전고용 상태에 이를 정도지만 일자리가 주로 생산성이 낮은 고령자 간호 등 서비스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래 고용이 168만 명 늘었지만 고용 증가분의 82%가 여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자 간호 등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내각부 ‘국민경제계산 연례추계’에 따르면 2012~2016년 늘어난 취업자 168만 명 중 60% 가까이가 고령자 간호 등 보건·사회복지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연간 20만 명씩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사무대행 등 업무지원 서비스업도 취업자 수가 76만 명 증가했다. 숙박·음식 서비스업에선 12만 명 늘었다.

단순 서비스업 취업이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오히려 취업이 감소했다. 2012~2016년 제조업 취업자는 28만 명 줄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은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줄이고,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으로 인력이 모이면서 사회 전체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는 간호 분야가 3.8% 떨어졌고, 업무지원 서비스업은 9.5% 급락했다. 숙박·음식 서비스업도 3.1% 하락했다.

고용이 늘어난 서비스업의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일본 경제의 과제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추계 결과 제조업 근로자는 평균 503만엔(약 5014만원)의 연소득을 얻는 반면 숙박·음식 서비스업은 349만엔(약 3479만원), 고령자 간호 서비스는 348만엔(약 3469만원)의 수입을 얻는 데 그쳤다. 2012년 이후 연간소득증가율도 제조업이 3.6%에 달했던 반면 고령자 간호업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생산성이 낮은 쪽에서 일자리가 주로 생기면서 완전고용 속에서도 실수입이 늘지 않고 노동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