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채권의 리스크가 우크라이나를 넘어섰다. 우크라이나는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러시아와의 전쟁 우려도 커지고 있는 나라다. 채권 금리가 치솟자 테슬라가 모델3 양산 지연에 따라 모자란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슬라의 2025년 만기 채권은 뉴욕 채권시장에서 1달러당 86.25센트까지 떨어졌다. 원래 5.3% 선순위 무담보 조건으로 발행한 이 채권의 수익률은 연 7.785%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채권 보유자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같은 가격은 우크라이나가 발행한 채권 수익률(28일 기준 연 7.520%)보다도 높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최근 러시아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 채권은 이달 초까지는 1달러당 91센트 수준의 가격을 유지했었다. 가격 폭락은 전날 무디스가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B3로 한 단계 하향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 무디스는 작년 여름 출시한 모델3의 생산 지연으로 테슬라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34억달러의 자금을 보유했던 테슬라는 지금 속도라면 올해 20억달러 이상을 조달해야한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모델3 양산에 도입했지만 당초 목표한 주당 5000대에 턱없이 못미치는 주당 1000대 미만을 생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는 테슬라가 20억 달러 신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추가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등급을 추가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테슬라는 또 두 건의 심각한 사고로 인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를 받고 있다. 38세 남성이 운전하던 테슬라의 모델X는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부근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다른 차량 두 대와 충돌한 뒤 배터리 폭발로 불탔고 운전자는 사망했다.

NTSB는 “이 차량이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지만, 자율주행 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NTSB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인근 컬버시티에서 테슬라의 모델S가 멈춰선 소방차를 들이박은 사고도 조사 중이다. 이 차는 오토파일럿 모드로 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