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탈북한 뒤 북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지성호 씨(사진)를 소개했다. 북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탈북 장애인인 지씨를 직접 초대한 것이다. 지씨는 목발을 들어보이면서 한참 동안 미 의회 의원 등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비난하는 대목에서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또 한 명의 목격자”라며 방청석에 앉아있던 지씨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지씨의 탈북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1996년 굶주림 때문에 기차에서 석탄을 훔치던 그는 탈진해 선로로 떨어졌다. 지나가던 열차가 지씨를 덮쳤고, 그는 한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지씨는 이후 먹고 살기 위해 중국을 오가다 북한당국에 체포돼 고문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탈북을 결심, 2006년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왔다. 다른 가족도 지씨처럼 탈북해 자유를 찾았지만 부친은 탈북 도중 잡혀 고문 끝에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의 이야기는 자유에 대한 모든 인간의 갈망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지씨는 한국에 온 뒤 동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북한에 외부 세계 소식을 알리고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행동하는 인권연대(NAUH·나우)’ 대표를 맡고 있다. 100여 명 이상의 탈북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에 앞서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미국에 송환된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참관한 웜비어 씨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와 가족을 소개하며 “여러분들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협박에 대한 강력한 목격자”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