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들이 7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 출입 통제선을 친 뒤 경비를 서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경찰들이 7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 앞에 출입 통제선을 친 뒤 경비를 서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과 단교 초읽기에 들어갔다.

말레이메일 온라인은 7일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오는 10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북한과 모든 관계를 끊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이날 각각 자국 내 상대국 국민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11시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7일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국민)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기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돼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의 안전 담보가 완전하게 이뤄질 때까지”라고 밝혔다. 사실상 ‘인질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불과 1시간여 만에 부총리가 나서 북한대사관 직원 전원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여전히 대사관 안에 피신해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약 2시간 뒤 말레이시아는 대응 수위를 한층 높였다. 나집 라작 총리는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의 안전을 확신할 때까지 말레이시아 내 모든 북한인의 출국을 막도록 경찰에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은 혐오스러운 조치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위협을 당할 때 필요한 어떤 조치도 망설이지 않고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북한에 우호적인 나라로 꼽혔다. 1973년 북한이 대외활동을 강화할 때 수교했고, 2009년에는 처음으로 북한과 비자면제 협정을 맺었다. 2013년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헬프대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급속히 틀어지고 있다.

이상은/박상익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