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롯데상사는 28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와 경기 남양주시의 군(軍) 용지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이 골프장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와 롯데상사는 28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와 경기 남양주시의 군(軍) 용지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이 골프장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최종 결정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일제히 한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경제 보복을 주문하고 나섰다.

일부 관영 언론은 한국산 자동차와 스마트폰 불매 운동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관영 언론을 앞세워 중국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치졸한 보복을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불매 운동 조장하는 관영 언론

[도 넘은 중국의 '사드 보복'] 우리에겐 안보의 문제인데…중국 "한국제품 사지 말자" 치졸한 보복
중국 신화통신은 28일 “롯데가 사드 배치 책임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며 “이번 결정이 중국 소비자와 관광객을 분노하게 할 수 있고, 롯데 제품과 서비스는 불매 운동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날 사평(社評)에서 “모든 중국 소비자가 사드 보복에 참여할 의무는 없지만 국가 안보는 모든 중국 국민과 연관돼 있다”며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를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관영 언론들의 이 같은 강경 논조는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의 보호주의 조치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이후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며 “관영 언론들을 앞세워 중국 소비자를 선동하는 방법을 중국 정부가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7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직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외교가에서 中 비판 여론 확산

한 외교소식통은 “베이징에 나와 있는 각국 주중 대사관 관계자들도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한 한국 기업 관계자도 “다국적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한국 정부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민간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3일 논평에서 “롯데에 대한 보복을 주장하는 누리꾼은 롯데가 중국에서 얻는 이익만 생각하고 (롯데 덕분에) 중국에서 생기는 일자리 등은 간과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을 제재하면 중국 측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은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유통·화학·관광 업종의 총 24개 계열사가 중국에 진출했다. 유통 분야에서는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총 1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은 모두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롯데 계열사들이 중국 내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2만6000명에 이른다. 그동안의 누적 투자 규모도 10조원에 달한다.

◆중국 동향 예의주시하는 롯데

롯데는 중국 정부와 여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매 운동 등 구체적인 보복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한국과 미국 정부 간의 계약이고, 이로 인한 갈등도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풀어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면 중국 사업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정인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