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분리독립 지도자들 "의지 안 꺾인다…위헌이라도 강행"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북동부 카탈루냐 주에서 내년 치러질 예정이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EFE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헌재는 내년 9월 중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벌일 계획을 담은 카탈루냐 의회의 결의안 효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위헌이라는 스페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아울러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이런 결정을 무시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0월 카탈루냐 의회는 내년 9월 중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벌인다는 계획을 찬성 72표, 반대 11표로 가결했다.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 운동을 이끄는 단체 지도자들은 주민투표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분리 운동을 주도하는 '카탈란 국민의회'의 호르디 산체스 대표는 FT에 "스페인 국가기관들이 우리 의지를 잠재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며칠 전 급진 분리주의자들이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의 사진을 찢어 불태우는 동영상이 나와 몇몇 활동가들이 체포됐으나 이들은 법정 출두를 거부했다.

현행 스페인법상 국왕에 대한 비방이나 명예 훼손은 최고 2년 징역형을 받는다.

이 사건은 카탈루냐 주 정부 내부에서도 긴장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분리독립 투표를 주도하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는 카탈루냐 급진 분리독립 세력인 '민중연합후보당'(CUP)의 지지를 유지해야 지방의회를 장악할 수 있으나 분리독립 진영과 급진세력이 한데 엮이는 것은 꺼리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정치학자 오리올 바르토메우스는 "내년 9월까지는 중앙정부와 가파른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립 국면은 분리독립 세력에 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카탈루냐는 2014년에도 비공식 주민투표를 시행했다.

당시 유권자의 36% 수준인 230만명이 투표해 80%가량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헌재는 만장일치로 이 투표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는 인구 750만 명으로 스페인 전체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다.

문화와 역사, 언어가 스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