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5개월여 사이에 6천 명 가까이 숨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마약이 근절될 때까지 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인권침해 비판을 사는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처형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열린 청년 인재 시상식에서 마약 유혈 소탕전으로 인명피해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 "나는 살인자가 아니며 사람들이 피범벅 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용의자가 사살되는 것을 알고 있으며 기쁘지도 않다"면서 "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면 모든 마약사범이 마약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필리핀 경찰청을 인용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으로 모두 5천92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 중 2천86명은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고 나머지는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었다.

마약 혐의로 4만 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저항하는 마약용의자 사살을 경찰에 주문하고 마약용의자 2만∼3만 명이 더 죽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마약사범 초법적 처형에 제동을 거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고 유엔 인권기구가 이르면 내년 초 현장 조사를 할 계획이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소탕방식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