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동산 가격 하락 조짐에 개인 투자자 이탈 움직임

영국의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가 부동산펀드의 환매를 돌연 중단해 브렉시트 투표가 영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환매요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줄줄이 투자금을 회수해가는 '펀드런'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는 29억 파운드(39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영국부동산펀드의 환매를 4일 정오 무렵에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스탠더드라이프 측은 "이번 결정은 영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환매 요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모든 펀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투자수익의 위축을 피하고자 환매 중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라이프는 문제의 부동산펀드는 현재 유통수익률이 3.86%로 안정적이라고 밝히면서 투자자보호를 위해 보유자산의 매도 과정을 통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매 재개 여부는 향후 28일마다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현재 이 부동산펀드의 현금 보유 비중은 13%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현금 보유 비중이 양호함에도 펀드 매니저가 황급히 문을 닫아걸었다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환매 요구가 급증한 것은 업계 분석가들로부터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이후 3년 안에 런던의 업무용 부동산 가치가 최대 20%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 나온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부동산펀드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환매 요구가 거세지자 자금 인출을 중단시킨 바 있다.

그 여파로 영국의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가 하락하는 후유증을 겪었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레이스 칼라프 선임 애널리스트는 "스탠더드라이프가 자금 이탈을 경험한다면 다른 펀드 매니저들도 유사한 운명에 처하고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칼라프의 추산에 의하면 영국 부동산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50억 파운드 규모다.

영국투자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월 부동산펀드들에서 3억6천만 파운드를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투자협회는 스탠더드라이프 사태와 관련해 이번 결정은 펀드 매니저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막고 모든 고객을 위해 더 나은 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