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장중 달러당 107엔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보다 약 12엔 급등해 일본 주요 기업의 연간 경상이익이 5조엔(약 53조원)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07.67엔을 기록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늦춰지고 있는 데다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7엔대로 오른 것은 2014년 10월29일 이후 1년5개월여 만이다.

엔화 강세는 일본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켜 자동차·전자업계 등의 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SMBC닛코증권은 엔화가 달러 대비 1엔 상승하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1800여개사의 경상이익이 약 4000억엔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엔화 가치 상승분 12엔을 반영하면 이익이 약 5조엔 줄어드는 셈이다. 엔고(高)는 엔저(低)를 통한 기업실적 개선으로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려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8일 엔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구두개입에 나섰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시장이 한 방향으로 치우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긴장감을 갖고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 초반 달러당 108.16엔까지 올랐다가 이 같은 구두개입으로 소폭 하락한 109.01엔(오후 5시 현재)에 거래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