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위헌 의견 많은 듯…고노 전 관방장관도 '철회' 촉구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추진하는 집단자위권 행사 등의 안보 구상이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아베 내각이 작년 7월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헌법 해석을 바꿀 때부터 논란이 있었으나 최근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헌법학자 전원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달 4일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는 자민당 추천을 받은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를 비롯해 교수 3명이 모두 이번 법안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안보법제 정비에 따른 자위대의 활동 확대가 국외 무력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무력행사를 금지한 일본 헌법 9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헌 논란을 수습하려고 9일 안보 관련법의 제·개정이 헌법에 대한 그간의 정부 해석과 합치하며 법적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를 제1야당인 민주당에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과 내각법제국 이름으로 된 문서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조건(새로운 무력행사의 3요건)이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에 해당한다며 합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민주당 대표대행은 "종래와 같은 견해를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 없는 한 좀처럼 합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여당 내에서도 위헌 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안보 법안 심의에 관해 "조금 엄중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기자클럽에서 전후 70년을 주제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와 공개대담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도 안보법안 심사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자민당 총재와 중의원 의장까지 지낸 고노 전 장관은 "정부가 일단 이들 법안을 물린 뒤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며 아베 정권을 압박했다.

TV 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이 헌법학자를 상대로 실시 중인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 결과 안보법안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학자는 45명, 위헌이 의심된다는 학자는 4명이었다.

이에 반해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학자는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은 위헌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이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이달 24일까지로 예정된 정기 국회 회기를 한 달가량 연장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