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강달러에 부담 느껴
원화 적정환율 1150원 내외 추정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환율 전망으로 본 '한국 증시 선호도'는

미국 달러화 가치의 구조 변화 속에서 지난 2년간 지속돼 온 강세 추세가 최근 들어 주춤거리는 양상이다.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 동향을 알 수 있는 달러평가지수는 올 들어 93~95 범위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종전과 다른 것은 지난 2년 동안 달러 강세를 주도해 왔던 엔저는 누그러지는 대신 유로화 약세가 달러 가치를 받치고 있는 점이다.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달러 강세 현상이 주춤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달러 강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2.2%로, 같은 해 3분기(5.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분기 미국 기업 실적도 호황을 기록한 애플을 제외하고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환율 전망으로 본 '한국 증시 선호도'는

미국 정책당국자 사이에선 추가 달러 강세에 대해 입장차가 뚜렷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우려하는 시각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재정정책 수장인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가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다른 국가들이 속속 환율전쟁에 동참하자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통화정책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작년 10월 양적 완화 종료 이전부터 달러 강세에 일관되게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추가 달러 강세를 가져올 수 있는 금리 인상에 대해선 유연성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산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도 지금의 달러 강세가 수출업체들에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달러 향방에는 많은 변수가 있지만 Fed의 금리 인상 시기와 인상 후 속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Fed 회의에서 결정된 올해 통화정책의 핵심은 ‘금리 인상과 같은 주요 통화정책 결정에는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1994~1995년, 2004~2008년 금리 인상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2년 이상 지속돼 온 엔저 국면은 앞으로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엔저가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양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 중국 등 인접국과의 통화 마찰, 일본 내에서는 수입업체 및 국민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볼 때 엔저가 무역수지 개선, 또 이를 통한 경기 부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일본의 무역구조가 ‘마셜-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의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지 2년이 넘도록 무역적자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통한 경기회복이다. 그동안 엔저에 따라 발생한 일본 수출기업들의 특별이익을 임금인상과 배당을 통해 국민에게 환원함으로써 내수 확대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올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로화 약세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또 그 폭이 어느 정도일지도 앞으로 매우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4개월 연장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더라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가진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달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본격화하면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유로화 약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환율은 부존자원 의존도와 외환보유액에 따라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존자원 의존도가 높은 탓에 갈수록 보유 외화가 감소하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통화 가치는 불안한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존자원 의존도가 낮아 원자재를 수입하고, 보유 외화도 풍부한 대만 인도 등은 설령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외자 유입에 따라 통화 가치가 완만하게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채산성 모형, 경상수지균형 모형, 환율구조 모형 등을 통해 추정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1080원(미국과 한국 간 성장률 격차 축소,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종전보다 20원 상향)으로 나온다. 현재 110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면 소폭이나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는 적정환율 수준에서 상하 50원 범위대(적정환율 범위대)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다. 이 범위대에서 이탈하면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환율 예측도 적정환율 범위대 밑으로 떨어지면 상승하고, 상단보다 높아지면 하락한다고 보면 무난하다. 외국 자금 유출입도 같은 방법으로 예측하면 큰 무리가 없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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