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발언에 주식시장 급등으로 화답
아직은 군사행동 가능성 배제 못해…미국 "러시아군 크림에서 철수해야"
러-나토 회담 등 협상 통해 완전 해결책 마련될 지 주목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력 충돌 위기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상황은 넘어섰지만 아직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긴장의 끈을 늦추기에는 이르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철수'를 주장하면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협상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국제사회의 갈등이 마무리될 지가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4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지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크림의 긴장상황은 해소됐으며 이제 그런 필요성이 사라졌다"면서 우크라이나 인접지의 비상 군사훈련을 마무리하고 원대복귀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푸틴의 이런 발언으로 크림반도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군의 충돌까지 예상됐던 '일촉즉발'의 상황보다는 긴장이 누그러졌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오는 5일 나토-러시아 이사회(NRC) 특별회의를 개최하기로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혀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키예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장관 간 협의가 시작됐다면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뉴욕과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반응했다.

전날 러시아와 서방의 일촉즉발 위기로 급락했던 미국과 유럽, 러시아 증시는 이날 급반등했고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푸틴의 '강공'은 일단 현 시점에서는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친(親) 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과 친서방 세력의 과도정부 수립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변하면서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군사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섬으로써 단번에 이를 반전시키고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크림반도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러시아가 이 지역을 장악한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러시아는 이번 강공으로 우크라이나 새 정치권력 및 EU·미국 등 서방과의 협상을 수월하게 끌고 갈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를 침해할 경우 무력을 동원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시켰다.

러시아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인접지에 군 병력에 원대 복귀 명령을 내렸다고 전해지고 나서도 러시아군이 크림반도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쉽사리 해제하지 않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푸틴의 기자회견 이후 러시아 군함 두척이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 흑해로 진입했다고 보도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역시 러시아 해군이 크림반도와 러시아 사이의 케르치 해협을 여전히 봉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주권국 내부 문제에 군사개입을 시도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은데다 국제사회의 제재 위협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EU는 3일 열린 긴급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와 비자면제 협상을 중단하는 등 제재 방안에 합의하고 6일 긴급소집된 EU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24시간 안에 크림반도로 파견, 현지 상황 감시에 나설 계획이라고 AP가 전했다.

미국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할 것을 주장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군사를 철수시키지 않는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