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총회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자격과 독립국 건설을 65년 만에 인정했다.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발언권이 강해지고 이스라엘로부터의 독립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총회 결의에 강제성이 없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자격 인정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이번 결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의 새로운 불씨를 댕겼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립 움직임 활발해질 듯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표결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제출한 국가 지위 승격 결의안이 전체 193개 회원국 중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전날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격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65년 전인 1947년 11월29일은 유엔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를 포함한 현재 이스라엘 영토를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거주구역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한 날이다.

옵서버 국가는 유엔총회 표결권은 없지만 실질적 국가로 인정된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제사법재판소 등 유엔 산하단체 가입이 가능하고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ICC 제소를 통해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등 웨스트뱅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지를 요구하고, 민간인을 포함해 13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2008년 가자지구 침공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결의안에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에 대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긍정적 검토를 권고하는 것은 물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를 영토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설립을 승인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의안대로라면 이스라엘은 이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내줘야 한다.

하지만 정회원 가입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반대(비토권 행사 가능)로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어 실제 독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BBC는 “팔레스타인의 독립 움직임에 대한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형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보복 우려 고조

미국과 이스라엘은 결의안에 즉각 반발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감스러우며 중동의 평화를 깨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도 “1947년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거주구역으로 분할하자는 유엔의 2개 국가 제안을 거부한 팔레스타인을 유엔이 이제 와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보복도 우려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거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대신해 거둬들인 세금을 자치정부에 전달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작년 10월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정회원으로 가입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강화하고 유네스코 분담금 납부를 중단했다. 또 웨스트뱅크 내 새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 나서는 등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자격을 인정할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