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전자책(e-book)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전자책 콘텐츠 업체인 아마존과 반스앤드노블,애플 등과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구글은 전 세계 도서관에 소장된 책들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구글북스'란 프로젝트로 쌓아온 방대한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다음 달 말이나 7월께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인 '구글 에디션'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글 에디션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큰 특징이다. 기존 전자책 업체들은 자사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구글은 전자책 콘텐츠 유통망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크리스 팰머 구글 전략담당 매니저는 "개인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구글 검색엔진으로 찾아 구매할 수 있고,다양한 온라인 소매점들은 자신의 쇼핑몰 안에 구글 에디션 서비스를 넣어 전자책 콘텐츠를 판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 판매를 지원해 수익을 소매점들과 나누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전자책 서비스는 주요 출판사들과의 제휴가 관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초기엔 아마존 반스앤드노블과 같은 대형 서점에 대항해 전자책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수많은 소매점을 통해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출판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콘텐츠 강화를 위해 지난 5~6년간 구글북스 프로젝트를 통해 쌓아온 1200만권에 달하는 디지털 문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북스 프로젝트는 저작권 문제로 소송이 걸려 있어 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다. 아마존,야후 등이 구글북스가 저작권 및 출판 시장의 공정 경쟁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구글의 전자책 서비스는 업계 최대 라이벌인 애플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지난달 초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인 '아이북스'를 내놓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최근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아이북스에서 전자책 콘텐츠 다운로드 횟수도 150만건을 돌파했다.

구글과 애플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 회사 인수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개발사인 랩픽시스를 사들인 데 이어 3차원(3D)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범프테크놀로지도 인수했다. 올 들어 사들였거나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업체는 9개사에 달한다.

애플 역시 지난주 모바일 기기 앱 개발사인 시리와 반도체 설계회사인 인트린시티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랄라,지난 1월엔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회사인 콰트로와이어리스 등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거의 모든 IT 사업에서 두 업체가 맞붙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