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반군의 석유 시설 공격 소식에 큰 폭으로 올랐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지난주 종가보다 2.33달러(3.3%) 오른 배럴당 71.4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도 2.07달러 오른 배럴당 70.99 달러에 거래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세계 8위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최대 반군 조직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이 정유업체 로열 더치셸의 유전시설을 공격했다. 이들은 석유의 이권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반군들의 석유시설 공격이 지속되며 나이지리아에서는 하루 석유 생산량이 174만 배럴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영국 BBC는 로열 더치셸이 이날 석유 생산을 일부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공급 감소 우려가 제기되며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4월 석유 수요 추정치를 1.18%로 높인 것도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날 경기침체를 이유로 향후 5년간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내려 잡아 추가 상승을 막았다. IEA는 원유 수요가 오는 2012년까지 작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생산량 전망도 주목된다. 압둘라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은 "오는 9월 OPEC 회의에서 석유 증산을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키브 케릴 알제리 석유장관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9월 회의에서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에는 석유가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향후 흐름은 OPEC의 감산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정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OPEC의 감산 불이행 여부에 따라 상승이 단기적으로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OPEC는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220만 배럴을 감산할 것을 합의했다. 이후 지난 2월까지 하루 평균 182만배럴을 감산했으나 3~5월에는 되레 52만 배럴을 증산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곧 발표될 6월 OPEC 생산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