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정부, 시아파 반군 알-후티 그룹 지목
알-후티 그룹 "전쟁 착수 위한 정부의 음모"

의료봉사단체 단원 엄모(34.여)씨가 예멘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단체가 어떤 이유로 이들을 납치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국제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에 따르면 엄씨는 지난 12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북쪽으로 200km 떨어진 사다지역에서 동료 단원 및 가족 8명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이날 오후 현재까지 어느 단체도 이번 납치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지 않은 가운데 예멘 정부는 이번 사건이 압델 말락 알-후티가 주도하는 시아파 반군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알-후티 그룹은 2004년 지도자 후티의 친형 후세인이 정부군에 의해 사살되자 사다지역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시작한 반군 단체이다.

2007년 6월 카타르 중재로 휴전에 합의해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으나 2008년 1월초 정부군과 후티 반군과의 전투가 재발했다.

후티 반군은 이후 정부의 친미적인 태도, 사다지역에 대한 배려 소홀 등을 이유로 정부군과 전투를 지속하다가 지난 해 8월 다시 전투종결을 선언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후티 반군은 왜 엄씨 일행을 납치했을까.

현재로서는 동료 석방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납치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후티 반군은 정부군에 의해 구금 상태에 있는 반군 1천여명이 8월 전투종결 이후에도 석방되지 않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라고 주 예멘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3월에는 정부군이 사다 시내 시장을 순찰 중 후티 반군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쳐 긴장을 더했다.

예멘에서는 중앙정부에 도로건설이나 일자리 등을 요구하거나 구속된 동료의 석방을 목적으로 외국인을 납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엄씨 일행이 납치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일에도 사다지역 살람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의사 등 24명이 정체불명의 부족에게 납치됐다가 부족 원로들의 중재로 12일 무사히 석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후티 반군은 이번 납치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결코 외국인들을 납치하지 않았고, 그들과 관련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것은 새로운 전쟁에 착수하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음모일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주 예멘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멘 정부가 이번 사건을 알-후티의 소행으로 지목했다고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실종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관계국 대사관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며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