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후 대규모 감산에 돌입했던 일본의 자동차 · 전자 · 화학업체들이 이달 들어 감산폭을 줄여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재고조정이 일단락된 데다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인해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 침체도 서서히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에서 이달 들어 생산을 본격 늘리기 시작한 업종은 산업 기초소재를 만드는 화학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이나 가전제품의 외형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가동률이 크게 올라갔다. 일본 최대 화학업체인 미쓰비시화학은 에틸렌 공장 가동률을 지난달 70%에서 최근 80%로 끌어올렸다. 이 회사는 작년 말까지 10% 정도 감산을 해오던 중국과 한국 현지 폴리에스테르 원료공장도 최근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미쓰이화학은 70%였던 에틸렌 공장가동률을 2분기(4~6월) 중 80%로 높일 계획이다. 쇼와전공이나 스미토모화학 등도 에틸렌 공장가동률을 최대 90%까지 올릴 방침이다. 일본의 에틸렌공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 2월 74.3%로 1996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화학업체들이 생산을 평균 25%나 줄였던 탓이다. 하지만 2월 폴리프로필렌 등 주요 수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중국의 수요가 살아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사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나눠줌에 따라 관련 제품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중국에선 최근 휴대폰이나 TV 판매가 늘고 자동차 판매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이 이달부터 감산폭을 줄이기로 함에 따라 자동차부품 생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1분기에 전년 대비 절반 정도로 줄었던 수주가 2분기에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점 때에 비해 절반 이하로 생산을 줄였던 전자부품업체들은 2월까지 재고조정을 마치고,생산을 늘리고 있다. 일본 가전시장은 여전히 침체이지만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무라다제작소는 콘덴서 공장을 3월엔 5일간 휴업했지만 이달부터는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 주로 휴대폰에 들어가는 콘덴서 공장의 가동률은 올 1~2월 40%에 그쳤지만, 3월엔 60%까지 회복됐다. 이달엔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자부품에 사용되는 전해동박을 생산하는 닛코금속은 1월 초순 20%에 불과했던 필리핀 공장 가동률을 80% 선으로 끌어올렸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제조업체들이 작년 말 이후 판매 감소를 훨씬 웃도는 감산으로 최근 재고조정을 마치고 생산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 증산 규모가 얼마나 클지는 수요 회복 속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