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라칭어 추기경이 19일 차기 교황에 선출되자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가톨릭 신자들의 환영 성명과 축하 인사가 쇄도하는 가운데 특히 독일 사람들은 자국 출신 교황 배출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차기 교황의 보수성향과 관련해 가장 크게 우려하고 콘클라베의 선택에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는 곳도 독일이다. 마르틴 루터가 가톨릭의 부패와 전횡을 고발하며 종교개혁 운동을 시작한 독일 의 개신교 교세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강하기 때문 만은 아니다. 현재 독일 내 등록 가톨릭 신자는 2천700만 명, 개신교 신자는 2천750만명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경우 가톨릭 내부에서도 진보적 또는 자유주의적 개혁 운동이 어느 나라 보다 활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강력한 편이다. 이에 따라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종교 다원주의를 경계하며 해방신학, 낙태, 피임, 동성애, 인간 복제, 여성 사제서품, 개신교와의 공동 미사(예배) 등에 분명히 반대해온 라칭어 추기경과 독일 진보주의자들의 갈등은 예전부터 심했다. 이날 새 교황 선출 소식에 볼프강 후버 독일 개신교 협의회장은 축하한다면서 "개신교와의 대화와 협력을 기대한다. 교회의 장래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일치(에큐메니칼) 운동에 달려있다"는 정도로 점잖게 말했다. 또 파울 슈피겔 독일 유대인 중앙협의회장과 나뎀 엘리야스 독일 무슬림 중앙협의회장도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처럼 각각 유대인, 무슬림과의 상호 이해와 협력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는 정도로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요하네스 프리트리히 바이에른주 개신교 교구장은 "그리스 정교나 영국 성공회나 개신교를 가톨릭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로 받아들이고 제외 또는 배척하지 말기를 희망한다"며 조금 더 분명하게 종교적 다원주의 수용을 촉구했다. 프란츠 뮌터페링 집권 사회민주당 당수 역시 "세계 평화는 중요 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새 교황은 종교 간 대화와 포용을 중시하고 사람들이 지향할 만한 가치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디아 로트 녹색당 당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개혁을 관철하고 교회를 개방할 의지를 가진 교황을 희망한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로트 당수는 아울러 "새 교황은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고 동성애자들도 차별하지 않으며, 에이즈와의 싸움과 미혼모 보호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 평신도 개혁운동단체 `우리가 교회다'의 크리스티안 바이스너 대변인은 "라칭어 추기경이 교회 내 개혁이 자신의 임무라는 점을 이제라도 알아 차리고 전임자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 만을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가톨릭 개혁운동 단체인 `아래로부터의 교회(키르헤 폰 운텐)' 베른트 괴링 대표는 "라칭어 추기경의 새 교황 선출을 재난으로 본다"고 까지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바티칸의 기존 정책과 방침을 재확인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바티칸은 많은 사람들이 계속 교회를 등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가톨릭 통신사(KNA) 기자인 모니카 프랑엔마이어도 n-tv 방송 인터뷰에서 " 많은 독일인들이 라칭어의 교황 선출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