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워싱턴을 다녀간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북한 핵문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워싱턴에서 한국 전문가들과 한국경제 동향을 논의하다 보면 핵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논의 자체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노무현정부가 한국을 동북아 경제중심지(허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봤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핵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강성 노조나 각종 규제보다 더 빨리 걷어내야 할 게 핵문제라는 답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언론은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최근 '선제공격론'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거론하면서 모든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CNN 간판 앵커 울프 블리처는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시청자들의 찬반투표까지 유도했다. 미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부시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선제 공격이 북한의 남한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이어질 경우의 참상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느낌이다. 미국의 선제 공격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선제공격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것이다. 잘못될 경우 입을 피해는 고스란히 한반도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그 열쇠를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미국과 신뢰를 쌓았느냐는 점이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1백% 존중할 만큼 한·미 관계가 돈독하지 않는 한 그 열쇠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선제 공격론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정말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는 '한ㆍ미 관계 이상 없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