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외교정책은 화려하나 실속이 없고 경제개혁은 조심스럽지만 전망이 밝고 민주화의 길은 계속 불안하다. 또 국민의 결속력은 거의 없다' 9·11 테러사건 이후 러시아의 성적표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국가들과 국제현안에 대해 자주 토의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과 3개월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에 전략적 동반자였던 중국과 북한, 그리고 전통적 우방인 동유럽국가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미국과는 얼굴을 마주보고 회담하고 있다. 또 푸틴은 서방정치가들이나 언론인들과 같이 말과 행동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외교적인 면에서 지난 미 테러사건 이후 러시아를 서방국가들에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로 인식시켰다. 푸틴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전쟁이 시작되자 외교 군사적으로 적극 도왔다. 오히려 러시아는 이번 아프간 전쟁에서 반테러 연대를 이탈하려는 국가들을 끌어안으려 노력했으며 우방인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에 공군기지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러시아를 강하고 현대화한 나라로 키우기 위해 서구와의 정치적 연대를 통해서라도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내의 보수세력은 푸틴의 정책이 못 마땅할 것이다. 푸틴의 또 다른 목표는 러시아의 국토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시대의 자유방임주의적인 정치가들도 항상 경계하고 있다. 푸틴의 개혁목표는 정부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또 균형예산을 편성하고 인플레이션도 잡아야 한다. 이미 세제 개편과 자유시장경제 도입이 성공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관료와 군, 그리고 주택부문은 아직도 개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부패한 관료와 정치가 기업가들의 연합은 아직도 사회에 만연돼 있다. 예를 들어 기업가들이 공장설립을 하려 해도 많은 요구사항이 있어 사업을 포기할 정도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는 이들을 감시하고 이들의 커넥션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단속 정책을 펴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노력으로 올해부터는 새 회사설립이 훨씬 수월해졌다. 지난 몇년간 러시아 경제를 돌이켜보면 전체 기업중 40% 정도가 이윤을 내지 못했다.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수출은 침체됐다. 또 공장가동률은 매우 저조했고 설비는 노후화됐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성장과 석유가격 상승이 러시아의 경제를 안정시키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는 8%이상 성장했고 올해는 5%정도 성장할 것이다. 또 좋은 소식은 지난 2년동안 러시아의 신용도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국차관을 들여올 때 이자가 더 싸지게 됐다. 이렇게 러시아는 옛 소련시절의 사회주의체제를 버린 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혁은 진행 중에 있다. 현재의 개혁에 대한 성공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에 완전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러시아 국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2월 1일자)에 실린 'Russia's reforms(Lurching ahea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