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사상 첫 여성 지도자에 오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극찬하면서 지원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녀는 일단 외교 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자카르타에 특사로 파견해 메가와티 대통령이 집권 후 취한 일련의 조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워싱턴 방문을 초청했다. 졸릭 대표는 이날 메가와티 대통령과 3시간 동안 오찬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의 지원 의사와 미국 방문 초청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 메가와티 대통령의 풍부한 식견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메가와티 대통령이 9월 19일 워싱턴을 방문키로 약속했다. 유엔총회 기간에 외국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부시 대통령과 만나게 된다. 양국 정상은 오늘 전달한 의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기회를 갖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 취임한 뒤 외국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입국한 졸릭 대표는 또 지난 10일 공식 출범한 신정부 진용에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그는 "신정부는 최상의 인물들로 짜여 매우 강력하다. 각료들은 당면한 도전들을 직시하고 있다. 메가와티 신정부는 (향후 정책과 관련해) 정확한 신호를 보내고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99년 동티모르 독립투표를 전후한 시기에 발생한 대량학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조만간 설립될 예정인 특별재판소의 조사 범위를 확대한메가와티의 결정을 첫번째 치적으로 꼽았다. 모든 각료들에게 사유 재산을 공개토록 요구하고 국방장관직에 민간인을 기용한점도 워싱턴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군사관계 개선 가능성도 제시됐다. 졸릭 대표는 "부시 행정부가 미국 의회에 의해 취해진 제재조치 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군사적 접촉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군사적 접촉이 인도네시아의 중요한 군개혁 분야에 집중되고 군전문화를 지원하는 것임을 강조한다"고 밝혀 군사협력 분야가 군부의 정치개입을 차단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임을 피력했다. 메가와티 집권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군부가 압두라만 와히드(前) 대통령 집권 당시 각종 개혁 조치로 실추된 위상 만회를 시도할 경우 신정부 발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만큼 통제의 고삐를 완전히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99년 군부가 동티모르 민간인 대량 학살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곧바로 군사 제재조치를 취해 그동안 인도네시아 군이 각종 군수품 조달에 어려움을겪어왔다. 졸릭 대표는 또 인도네시아와 지속적인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데니스 블레어 아시아.태평양 군사령관이 다음 달 자카르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작년 12월부터 보류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집행되고 파리클럽의 채무 상환 기간 재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IMF와 메가와티 정부가 새로운의향서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으나 구체적인 경제 지원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메가와티 집권 후 축전을 보낸데 이어 방미를 초청한 것은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그녀가 중국 및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지는것을 막아 동남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