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이틀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국정상은 21세기안보문제, 미사일 발사및 조기경보에 대한 정보교환,
화학무기폐기협정에 관한 의정서 등 6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디폴트(대외채무불이행)상태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 사태를 얼마나 진정시킬수 있을 것이냐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었다.

그는 러시아가 개혁 정책을 포기하고 구소련식 계획경제체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막는데 방문 일정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민주적이며 시장지향적인
정책노선을 단호히 추구할 때 성장을 위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경제회복을 위한 국제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은 러시아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옐친 대통령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개혁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다짐, 이번 방문 목적이 어느 정도 성사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정상은 또 <>플루토늄 비축량 50t씩 감축 <>미사일 경보 시스템에
관한 정보 교환 <>국제 테러 공동 대처 <>이란 파키스탄 등에 대한 미사일
수출금지 등에 대해 합의, 정치 분야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러시아 사태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린턴은 러시아 지원에 대한 "립서비스"만을 제공했을 뿐 구체적인
대러시아 지원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루블화가치는 이날 클린턴대통령의 지원약속에도 불구, 폭락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IMF는 이날 러시아에 제공키로 했던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리 피셔 IMF수석부총재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말로
예정됐던 러시아에 대한 43억달러 지원 자금이 정상적으로 제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경제개혁 조치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이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에 대비, 러시아의 해외
금융자산 압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러시아의 군부출신 정치인인 알렉산더 레베드는 "대통령
정부 의회 등 누구도 지금의 정치.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군부가
나설수 있는 여건이 성숙됐다"며 군사 쿠데타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들은 클린턴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