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소 기계업체와 철공소가 밀집한 요코하마시 공장가의 한 구석.

전자렌지를 길게 줄지어 놓은 모양의 작은 실험로 한가운데서 낯선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푸른색에 녹색이 덫씌워진 것같은 이색 불꽃.

천정을 삼킬듯 거세게 치솟는 모습도 생경스럽다.

이 불꽃은 공업로제조 중소업체인 일본 파네스공업이 발견한 "새로운 불"
의 모습이다.

사용연료를 한꺼번에 30% 줄이는 전혀 새로운 연소방법으로 탄생한 불이다.

이 새로운 연소기술은 현재 "고성능 공업로 개발"에 응용돼 국가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돈줄은 일본 통산성.

지난 93년부터 7년간 총 90억엔의 연구비를 전액 부담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신일철), NKK등 내로라는 일본 철강업체 13개사도 이 프로젝트
에 공동참여하고 있다.

참가업체별로 로의 종류에 따라 팀을 조직, 각종 고성능 공업로를 분담해서
개발중이다.

신일철은 고성능 공업로 개발을 마루리짓고 제8 제철소에서 실험가동에
들어갔다.

NKK도 후쿠야마제철소에서도 실험로를 본격 가동하는등 일본 제철업계에는
신연소법을 응용한 고성능공업로 연구열기가 한창 뜨겁다.

매출이래봐야 연간 40억엔에 불과한 한낱 중소기업의 기술에 뭘 믿고
정부와 쟁쟁한 대기업까지 뛰어든 걸까.

이 새로운 불이 제조기술을 혁신할 엄청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불은 천정까지 치솟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불보다
체적이 크다.

그만큼 화력이 세다는 얘기다.

그래서 물체 중심까지 구석구석 가열한다.

연소효율이 좋기에 연료사용량도 30% 줄어든다.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유해가스 CO 2 의 배출량도 30% 감소된다.

효율좋은 저공해 연소법인 셈이다.

이 연소법을 응용해 고성능 공업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일본 산업계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아진다.

공업로는 제조업의 기반설비.

이 공업로를 20%만 소형화해도 건설코스트가 16% 삭감된다.

일본철강업계는 이번 프로젝트로 이정도 목표는 거뜬히 달성되리라고 낙관
하고 있다.

"기술과 코스트 양대기둥으로 일본 제조업의 다리와 허리를 든든히 떠받쳐
일본산업의 경쟁력향상을 꾀한다"는 통산선의 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파네스공업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독일, 영국에서도 이 신연소법과
관련된 특허를 30여건 받아놓고 있다.

현재 신청절차를 밟고 있는 특허도 무려 3백여건에 이른다.

기초기술부터 "특허"라는 베일속에 감춰 타업체의 추격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초경쟁시대의 전략이다.

불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더이상 손댈게 없는 완성된 기술이라는게 통념이었다.

그러나 파네스공업의 신연소법 발견으로 "불의 세계도 아직 성숙되지 않은
미개의 분야"로 판명됐다.

그야말로 기술의 백가쟁명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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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 산업계에는 "신연소법 개발"붐이 일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철강업계의 용융환원법이 대표적인
예다.

가솔린 직분사 방식은 엔진의 실린더안에 가솔린을 직접분사해 실린더안
에서 공기와 반응, 연소되도록 하는 방식.

실린더 밖에 가솔린을 뿌려 공기와 결합되면서 실린더로 들어가도록 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실린더안에 적정량의 연료를 정확히 계산해 주입하기
때문에 연소효율이 높다.

96년 8월 미쓰비시자동차공업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직분가솔린엔진(GDI)은
연료소비량과 CO 배출량을 각각 35% 줄이면서 출력은 10% 향상시켰다.

도요타자동차도 이와비슷한 성능의 직분엔진 "D-4"를 개발완료했다.

제철의 용융환원법도 새로운 연소의 세계를 여는 기술이다.

용융환원법은 용광로안의 화력을 강화하기위해 석탄을 말리는 "코크스
공정"을 없앤 획기적인 방법.

지난 95년 일본 철강 8사가 공동실험에 성공, 현재 각사별로 상업화를
추진중이다.

이 방법이 실용화되면 고로건설비가 기존보다 19% 싸진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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