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외 첩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중앙정보국(CIA)을 본뜬
정보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세계 정세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정보를 더이상 미국이나 서방 정보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를 입수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정보기관의 정보수집능력은 지금도 상당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지난 83년 대한항공 보잉 747여객기의 추락 당시 소련
전투기와 지상관제탑간의 대화를 감청,격추사실을 탐지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러나 일본 정보관계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그들은 일본이 아직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서방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첩보후진국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니시히로 세이키 전방위청 차관은 "일본 정보기관의 첩보
수집 능력은 한국이나 이스라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라고 니케이
비즈니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다른 군사정보관계자는 일본에서 정치,군사,경제등의 정보수집을
담당하는 기관은 대략 5군데인데 각기 다른 부처에 속해 있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같은 단적인 예로 지난해 북한이 일본을 사정권안에 두는
노동1호의 발사실험을 했을 때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가 미
정보기관의 통보를 받고서야 이사실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따라 일본에서는 최근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정보수집 기능을
한데로 통합,강력한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일본이 경제력에 걸맞는 첩보대국을 지향하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