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이달 반도체주가 2차전지주를 제치고 주도주로 자리 잡고 있다. 업황 개선 전망과 인공지능(AI) 인기에 힘입은 엔비디아 호실적이 겹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AI 인기로 반도체주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기대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다.

2차전지→반도체…증시 주도株 교체?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Top15’ 지수는 최근 10거래일(5월 15~26일) 동안 11.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2차전지 주요 기업을 모은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보다 상승률(5.25%)이 두 배 이상으 높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37%) 역시 크게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주도주가 2차전지에서 반도체로 교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까지 두 지수 수익률 격차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4월 한 달간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가 6.40% 상승한 반면 ‘KRX 반도체 Top15’ 지수는 3.5% 하락했다. 2차전지주가 지난 3~4월 급등한 뒤 조정을 거쳤고,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많아지면서 수익률 양상이 바뀌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주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챗GPT 인기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소재·장비까지 전체적인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AI 반도체에 함께 장착하는 고대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아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 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근거로 실적 전망치를 크게 올려 국내 반도체 업황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AI 시장 확대에 따른 기대가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더라도 HBM 시장이 전체 메모리 시장에 비해선 여전히 작기 때문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와 생성형 AI에 장착하는 HBM 시장은 전체 메모리 수요의 5%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중장기 메모리 수요는 분명히 늘어나겠지만 실질적인 전체 메모리산업 수급 개선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