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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이미지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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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두고 미 의회와 정부부채 한도 상향 논의를 벌이는 가운데 디폴트 리스크가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국채 보유자가 아니라도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에 주의할 때라는 얘기다.

24일(현지시간) 운용자산 기준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뱅가드 투자 리더들의 미 정부 디폴트 가능성 논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이 대담에서 그렉 데이비스 뱅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라 데버로 뱅가드 글로벌 채권부문장과 함께 미 정부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과 이로 인한 잠재적 파급 효과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전문가는 미 정부의 디폴트 위험에 대해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일’이라고 했다. 미 정부의 채무 불이행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서다.

데이비스 CIO는 “지난 100년간 미 의회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부채 한도를 수십번 인상했다”며 “미국이 실제 채무 불이행에 가장 가까웠던 시기는 2011년 뿐”이라고 했다.

당시 미국은 재무부의 현금 보유분을 모두 소진하기 불과 며칠 전에 의회와 협의해 부채 한도를 올렸다.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2011년 미 연방정부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두 전문가는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 불이행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데베로 부문장은 “뱅가드에선 여전히 미국이 디폴트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일 디폴트가 실제 발생하더라도 미 의회는 결국 부채 한도를 인상할 것이고, 미국은 채무 상환을 재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금 흐름 시점을 맞추는 운영 실무상의 문제가 관건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미 정부는 결국엔 부채를 상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채무 상환 여부 자체는 시점의 문제일 뿐이란 얘기다.

디폴트 여부와 관계없이 리스크 자체가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게 두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데버로 부문장은 “많은 투자자와 자산관리자, 특히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시장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디폴트 발생 여부가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미래 가격에 리스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실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엔 시장에 대한 파급 효과가 더욱 클 전망이다. 데버로 부분장은 “진짜 문제는 미 정부의 채무 상환 여부가 아니라 미국에 대한 시장의 장기적 인식”이라며 “‘미국의 신용’이라는 문구가 앞으로도 기존과 같은 무게를 가질 것인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금리를 비롯한 각종 거시 경제 변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뱅가드에 따르면 미 국채와 정부기관채는 미국의 과세 대상 채권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미 국채가 단순히 채권시장에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미 국채는 각국 정부와 기관·개인투자자 등이 널리 보유하고 있어서다.

데버로 부문장은 “미 국채 변동성은 각국 통화, 무역수지, 상품과 서비스 가격 등에 두루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 디폴트 여파가 각국 정부, 기업, 소비자 등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데이비스 CIO는 “최근 경기 둔화세와 소비자·기업 지출 감소세를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서 손을 떼게 될 수도 있다”며 “미 정부가 디폴트에 매우 가까웠던 2011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빠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주식 시장에서도 변동성이 나타날 수도 높다”고 강조했다.

뱅가드는 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적절한 수준의 현금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데베로 부문장은 “하방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선 일정 수준 현금을 놔두는 게 좋다”며 “보유한 투자 상품을 갑작스럽게 처분해야할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의 투자 목표와 기간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놨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라”고도 조언했다. 시장 변동성은 상승과 하락 양방향으로 열려 있는 만큼 장기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데베로 부문장은 “뱅가드 자체적으로는 채권을 비롯해 자본시장 내 펀드 등 상품에 대해 만기일이 미 정부의 디폴트 가능 기간에 속하는 것엔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잡음을 차단하고 장기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