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원 이상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기금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도 정부 기금운용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주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23일 ‘2023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금평가는 기금의 존치 여부와 운용 성과 등을 평가하는 절차다. 평가는 민간 전문가 36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이 맡았다.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운용평가에서 평점 77.7점을 받았다. 전년(79.3점)보다 1.6점 낮아졌다. 점수 하락은 수익률 부진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국민연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은 2018년(-0.89%)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평가등급은 전년과 동일한 ‘양호’로 분류됐다. 지난해 수익률이 일본 공적연금(GPIF),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 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5대 연기금의 평균 수익률(-10.55%)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기금운용 평가등급은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 6단계로 나뉜다.

평가단은 24개 기금에 대한 존치평가에서 18개 기금, 60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주파수 수급 및 정비체계구축’처럼 다른 사업과 중복되는 8개 사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관광축제 지원’ 등 52개 사업에 대해선 제도 개선을, 정보통신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에 대해선 통합을 권고했다.

평가단은 30개 기금의 운용 실적을 평가하고, 사학연금과 장애인고용기금 등 13개 기금에 ‘우수’ 이상 등급을 줬다. 국민체육진흥기금(사행산업중독예방치유계정)은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