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에스라운지’에 부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디지털 부유층에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본사에서 삼성증권 디지털부문 직원들이 ‘에스라운지’를 소개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삼성증권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에스라운지’에 부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디지털 부유층에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 게 주효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본사에서 삼성증권 디지털부문 직원들이 ‘에스라운지’를 소개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모바일로 억대 투자를 단행하는 디지털 부유층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과거 증권사나 은행 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종목을 추천받던 전통적인 부자상과 다르다. 스스로 자산 배분 비중을 정하고 투자 종목을 결정한다.

투자 결정 속도도 빠르다. 해박한 투자 지식에 자체 인맥을 통한 정보력도 겸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도 이런 신부유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선두 주자는 전통의 자산관리 명가(名家)인 삼성증권이다.

○모바일로 100억원 투자하는 디지털 부자

모바일로 수십억 투자…新부유층 몰려온다
온라인플랫폼으로 1억원 이상 거래하는 삼성증권의 디지털 부유층 고객은 지난해 말 약 22만5000명에 달한다. 2019년 말 3만8197명에서 3년만에 5배 넘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이런 디지털 부자들을 겨냥한 전용 서비스 ‘에스라운지’를 지난해 9월 출시했다. 디지털 부자들이 억대 투자도 모바일로 거리낌없이 거래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부자들이 삼성증권 계좌에서 거래하는 평균 자산은 4억3000만원. 10억원 이상을 디지털앱으로 운용하는 자산가도 3000여명에 달한다. 이중 20명은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모바일앱으로 관리한다.

젊은 자산가들도 많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이나 스타트업 창업 등을 통해 젊은 나이에 부를 쌓은 3040세대들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선호한다.

○자기주도로 신속하게 투자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성이다. 디지털 신부유층은 거시 경제 상황, 기업 실적 전망, 신규 금융상품 등 정보에 따라 신속하게 자산 비중을 바꾼다. 투자 대상은 국내 주식 뿐 아니라 해외 주식, 채권, 금융상품 등 다양하다. 오프라인 PB)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대체로 신중하게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채권 투자 열풍이 불던 지난해 삼성증권 디지털 부유층의 채권 매수 금액은 총 9875억원으로 3년 전(29억원) 대비 300배 넘게 급증했다. 한번에 채권 20억원어치를 모바일앱으로 사들이는 고객도 있다.

디지털 부유층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주도적 투자 성향이다. 이들은 PB들에게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스스로 투자 정보를 모은 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언을 구한다. 자산 배분과 최종 투자 결정은 본인 몫이다. 송정은 삼성증권 디지털SNI팀장은 “디지털 부유층은 채권 투자를 할 경우 국채나 회사채 등급은 본인이 정한 후 개인 상담을 통해 채권 만기, 수익률 정도를 조언받는다”며 “해외 시장의 대안 투자 상품에 대해서도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고위험·고수익 상품도 많이 찾는다. 특정 지수를 2~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찾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이런 고객들은 예금, 보험, 부동산 등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 두는 경우가 많다. 투자 지역도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유럽의 명품 주식 투자가 인기다. 삼성증권의 유럽 명품주 매매 고객 중 71.2%가 디지털 부유층. 명품 가방을 산 고객들이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주식까지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이런 고객들을 겨냥해 명품 제조사가 즐비한 프랑스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서비스다.

○증권사, 동네 주치의 대신 대학병원 전문의

삼성증권은 비대면 PB 역할을 하는 ‘디지털PB’ 조직을 이런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조직했다. 전담인원만 총 100여명에 달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를 선택해 디지털PB와 통화하거나, 채팅·게시판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처럼 특정 고객을 전담하는 PB는 두지 않는다. 과거 조언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삼성증권 측 설명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전통 부자들이 이용하는 오프라인 PB가 동네 주치의라면 디지털 신부유층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PB의 역할은 대학병원 전문의 역할”이라고 비유했다. 삼성증권은 개인의 성향이나 과거 투자 이력까지 섭렵하는 PB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도 활용한다. 고객과 디지털 PB 간 과거 상담을 AI가 분석한 후 PB들에게 제공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PB는 모바일 계좌 관련 단순 문의부터 국내외 주식, 선물옵션, 연금 등 투자 상담을 해준다.

오 본부장은 “종목을 직접 추천하기보다 팔꿈치로 슬며시 밀듯 조언을 하면 고객들이 판단해서 투자 결정을 하게 만든다”며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PB와 투자 상담을 한 고객들의 투자 금액은 지난해 10월 6조7190억원에서 지난달 13조7418억원으로 5개월여만에 두배가량 늘었다.

인센티브(성과급) 구조도 일반 PB들과 다르다. PB처럼 고객 자산 유치 등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다. 일반 직군처럼 월급을 받으면서 팀별 성과를 평가받는다. 상담을 신청한 고객들이 상품 가입에 대한 부담 없이도 원하는 정보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이찬우 삼성증권 디지털부문장(부사장)은 “정보기술(IT) 기반 투자 플랫폼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고객의 자산을 제대로 키워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선 투자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며 “에스라운지를 한국의 대표 프리미엄 투자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