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본사./사진=에코프로비엠
충청북도 청주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본사./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오르며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과 테슬라 주가 상승 등 호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8700원(7.13%) 오른 13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달 들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30.96% 급등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각각 2960억원, 130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개인은 309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초 10조6800억원이었던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도 12조7830억원으로 뛰었다. 전일 기준 시총 2위 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9조4790억원)와의 차이는 3조3040억원으로 벌어졌다.

에코프로 그룹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에코프로 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2월 들어 55.62% 급등해 코스닥 시총 순위 4위를 차지했다.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엔도 12.72%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모기업 에코프로의 2차전지소재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2019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계 양극소재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소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에코프로비엠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NCA는 타 소재에 비해 출력과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며, 전동공구에 주로 사용된다. NCM은 전기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에 적용된다. NCM은 수명이 긴 것이 장점이다.

사업 구조는 간단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코프로비엠 매출의 99.6%는 양극재에서 나왔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96.2%에 달했다. 한 마디로 양극재를 수출해 돈을 버는 기업이다.

지난해 호실적, 테슬라發 호재 겹쳐 주가

최근 주가 랠리에는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거둔 호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3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0.6% 증가했다.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3825억원으로 232.5% 늘었으며 순이익도 2690억원으로 175.1% 뛰었다.

지난해 제품 사용처별 매출 비중을 보면 EV용 양극재가 전체 매출액의 59%를 차지했다. 전동공구가 포함된 비 정보기술(Non-IT) 기기용 양극재의 비중은 36%를 기록했으며 ESS용 양극재의 매출액은 전체의 4%였다. 회사 측은 "양극재 판매량이 늘어나며 매출액도 증가했다"며 "신규 공장의 가동이 확대되며 영업실적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도 EV용 양극재의 수요가 늘어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주가가 회복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초 100달러까지 떨어졌던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200달러를 뚫었다. 테슬라는 올해 180만대의 차량을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역대 최고 기록인 2021년 인도량(131만대)보다 37% 늘어난 것이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배터리 등 2차전지 종목의 매출도 늘어나기에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은 곧 2차전지주에 긍정적이다.

증권가 "에코프로비엠, 생산량·출하량 확대로 실적 성장할 것"

증권가에선 에코프로비엠이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연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8조8427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65.1%, 56.9% 증가한 수치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쟁사가 대규모 장기공급 계약을 맺어 고객사와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올해 미국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AM5N(3만t 규모), CAM7(5만4000t 규모) 라인이 전력으로 가동되며 연간 생산량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양극재의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했지만,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고객인 SK온과 삼성SDI의 증설 속도를 고려하면 출하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실적 호조를 예상했다.

다음 달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시행령이 확정되면 2차전지주에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RA의 세부 시행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광물 비율 제한돼 중국산 광물이 배제되고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란 평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RA 개정안이 공개되면 에코프로비엠은 북미 투자 계획 구체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주 계약이 주가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