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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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에 청약했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인당 평균 1억440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매도 세력이 LG에너지솔루션에 벌떼처럼 몰리고 있어 직원들이 수익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LG에너지솔루션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6%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2691개 상장사 가운데 2위입니다. 공매도 대기 자금을 나타내는 대차잔고는 2조2109억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공매도가 급증하는 이유는 오는 27일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해제되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보호예수가 끝나자마자 직원들이 주식을 대거 던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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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할 당시 직원 9564명은 1인당 평균 2억5578만원을 청약했습니다. 주가가 56.5% 오르면서 투자금은 4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1년 급락하는 동안 1억4400만원의 수익을 낸 것입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우리사주 보유 지분은 3.39%(3조7207억원어치)에 달합니다. 한날한시에 쏟아질 경우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대주주인 LG화학의 지분이 81.84%로, 유통 가능 물량이 10%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직원은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사주로 빚더미에 오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한 직원은 “투자금의 절반은 팔아 우리사주 대출을 갚고 나머지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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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세력과 임직원의 대결은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수익을 지키면 공매도가 박살나고, 공매도가 성공하면 직원들은 눈앞에서 2년 치 연봉을 날리게 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의 평균 연봉 9000만원으로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보려면 설날 연휴가 끝나는 25일부터 27일까지 주가를 끌어내려야 합니다. 이 기간 세력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미들은 직원들이 수익을 놓칠 것이란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 역사상 개미들이 단체로 큰 수익을 낸 적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사주 물량이 나온 이후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응원하는 개미도 많습니다. 주가가 급락해야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개미들이 수익을 먹도록 세력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30만원까지 내려오면 준비해둔 5000만원을 몰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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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