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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한계기업 M&A 구별법…'이것' 확인하면 의도 파악
상장폐지 규제 완화에도 펀더멘털 확인은 '필수'
"최근 5년간 흑자 여부와 회사채 만기일 꼭 확인해야"
[마켓PRO] "코스닥 M&A 알고보면 유형도 다양"…한계기업 M&A 구별법은?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사들의 인수·합병(M&A) 소식은 여러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M&A 의도도 달라집니다. 겉으론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M&A에 나선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부진한 실적을 감추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 활동 중인 A씨는 최근 코스닥시장이 호재에 목마른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줄어든 데다가 기업들의 실적마저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이러한 악재로 주가가 주춤하자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은 M&A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세부적인 M&A 내용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일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비상장사나 해외 기업을 중심으로 M&A에 나서기 때문. 제한된 정보로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만 확인한다면 M&A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A씨는 말한다. 그는 최근 5년간의 영업적자 등 재무 상황과 전환사채(CB) 등 회사채 만료일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갑작스러운 M&A 추진…그 의도는?

코스닥시장 내 한계 기업들은 영업손실(4년 연속)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5년 연속)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M&A를 추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적이 나오는 비상장사를 사들여 적자 구렁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전략이다. A씨는 "코스닥시장에서 M&A 소식이 들리면 M&A 추진 기업의 최근 5년간의 실적을 보는 것이 좋다"면서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해당 여부를 먼저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사유(관리종목 지정,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우려 등)로 추진되던 M&A 딜은 잠시 멈춘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제도를 완화하면서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등을 제외하겠다는 항목이다. 이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우려로 급하게 M&A를 추진하던 코스닥 상장사들은 부담을 한시름 덜어내게 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번 거래소의 제도 완화에 따라 일부 한계기업들은 시간을 벌게 됐지만, 그렇다고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규정이 변경돼 관리종목이나 상장적격성 실질대상 우려가 사라진 것일 뿐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전에 M&A를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코스닥 상장사들의 펀더멘탈은 계속해서 확인하라는 설명이다.

CB 등 회사채 만기 앞두고 M&A 카드 만지작…왜?

CB 만기를 앞두고 주가를 띄워야 하는 코스닥 상장사들도 있다. CB 발행 등으로 외부에서 운영자금을 충당했던 기업들이 해당된다. 이는 자체 현금 흐름으로는 회사 경영이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호재가 메마른 시장에서 M&A 카드는 현금 곳간이 빈 코스닥 기업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A씨는 이 경우 기업들의 재무제표에서 그동안 발행했던 회사채를 살펴보라고 말한다. 아직 상환되지 않은 회사채 규모나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계기업들의 M&A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씨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기존에 발행된 CB를 주식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한데, CB 전환가액이 현 주가도 높을 경우에는 주식 전환이 사실상 쉽지 않다"면서 "이 경우 신사업 등의 이유로 M&A를 추진, 주가를 띄워 CB를 주식 전환으로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사업 운영보단 주가를 띄우기 위해 속이 텅 빈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A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현금 납입 외에도 현물을 출자하거나 주식 교환 등의 방식으로 M&A를 체결하기도 한다. A씨는 투자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M&A 형태는 '무자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무자본은 자기자본이 아닌 차입금을 주로 이용해 M&A 하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현금 곳간이 빈 상장사도 계약금(인수자금의 10%)만 마련하면 손쉽게 무자본 M&A를 추진할 수 있는데, CB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납입하기도 한다"면서 "무자본 M&A가 불법은 아니지만 무리한 시세차익 추구로 허위사실 유포, 시세 조종, 횡령 등 자본시장법상 금지 행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상장폐지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제시해온 공약이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A씨는 상장폐지 규제 완화가 과연 효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진다.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한계기업들의 펀더멘탈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그동안 기업들의 상장부터 상장폐지 관련 업무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망할 기업은 결국 망하게 된다"면서 "통상 상장 폐지되는 기업의 경우 시간을 더 준다고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끌수록 결국 피해자들만 더 늘어나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