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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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가 일제히 휘청였다. 그동안 내년 업황 반등을 기대하며 주가가 반등했지만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는 최악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반도체 업황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감산이 오히려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저가 매수를 추천했다.

SK하이닉스 장중 10% 급락

17일 오후 SK하이닉스는 4.15% 하락한 8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2.07% 하락한 6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SK하이닉스는 680억원어치, 삼성전자를 113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받치던 반도체주가 이날 급락세를 보인 것은 전날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수량을 지난 6~8월 대비 약 20% 축소한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도 추가로 축소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메모리 반도체 핵심 수요처인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론은 내년 시장 전망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D램 생산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낸드플래시는 한 자릿수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내년 업황 반등을 바라보고 반도체 주가가 미리 상승해왔지만 결국 아직 업황은 공급 과잉 상태인데다 재고 조정도 더 진행되야 한다는 것을 마이크론이 상기시켰다"며 "업황 전망과 현실의 괴리가 나타나며 이날 국내 반도체주도 약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이날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D램 업계 매출액은 181억9000만달러를 기록, 전분기 대비 28.9%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분기만에 29% 가까이 매출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둔화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D램 가격이 크게 낮아진 영향이다.

"공급 과잉 완화 도움…분할 매수할 만"

증권업계에선 그러나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이 결국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는 시기를 앞당기면서 장기적으로 업황 반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좋지 않더라도 공급이 줄어들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10여년 간 반도체 다운 사이클 끝자락에서는 항상 주요 업체들의 감산과 가동률 조정, 설비투자 축소가 진행돼왔다"며 "마이크론까지 감산을 결정하면서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마이크론의 웨이퍼 공급 축소는 반도체 공급량을 즉각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급 조절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직접적인 감산을 하지 않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자동으로 점유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하고 실제 반도체 공급이 감소하기까지는 6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내년 2분기부터 수급이 개선되기 시작해 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주가가 통상 업황을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점을 고러하면 내년 초부터는 주가 저점은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낸드 반도체 부문에서 원가 경쟁력이 압도적인데다 디스플레이 이익 방어력도 뛰어난 상황"이라며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삼성전자는 향후 업황 업사이클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