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고, 지도부가 시 주석의 측근들로만 채워지자 홍콩 증시가 폭락했다. 시 주석 중심의 확고한 1인 체제가 굳어지면서 ‘제로 코로나’ 등 강경 규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6% 떨어진 15,180.69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7.30% 추락했다. 역대 중국 공산당 당대회 직후 하락률로는 1994년 해당 지수 출시 이후 가장 높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진핑 反시장 우려' 폭락…홍콩 증시 14년 만에 최저
中 지도부 시진핑 측근 일색…'제로 코로나' 등 정책 힘 실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텐센트가 11.43%, 알리바바가 11.42% 내렸다.

‘공동부유’를 내건 시 주석의 빅테크 압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2.02%, 선전성분지수는 1.76% 하락했다. 홍콩 증시를 통한 외국인 자금의 본토주식 거래인 북향자금은 이날 179억위안(약 3조54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014년 교차거래가 시작된 후 하루 기준 최대 순매도다.
시진핑 1인 독주 우려…홍콩 증시 6%대 폭락
위안화 가치도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0.98% 뛴 달러당 7.2989위안까지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2010년 역외시장 개장 이후 최고치다. 상하이 역내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이날 0.54% 오른 7.2609위안에 마감했다.

국내에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다. ELS란 기초자산이 되는 자산이 정해진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지만 기준선을 이탈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판매된 ELS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올 1월 H지수가 지난 10년 저점인 8700선까지 하락하자 가입자가 급증했다. 홍콩 주식시장이 더 떨어지기 어렵고, 이에 따라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H지수는 올 들어서만 37% 넘게 하락했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에 성공하고, 제로 코로나19 정책이 장기화하면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 가운데 손실 발생 기준선이 5000선 위에 있는 상품의 비중은 53%(5조6820억원)에 달한다. H지수가 52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이들 상품 대부분이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ELS는 만기가 3년이라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만기 때 발행 가격 대비 70~80% 이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작년 1월 발행된 ELS는 만기가 1년6개월 정도 남았다.

ELS는 지수가 일정 기간 정해진 범위에서 움직일 경우 연 6~10%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손실 규모가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만기 상환 조건에 따라 최대 100% 손실이 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박의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