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중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화기금(증안펀드)를 가동하기로 하면서 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네 차례의 증안기금·펀드의 조성·집행 사례를 비추어봤을 때 증안펀드가 집행되더라도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안펀드는 1990년과 2003년, 2008년, 2020년 총 네 차례 조성됐다.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이 끝난 뒤인 1990년 증시가 40% 가까이 폭락하자 정부는 5월 4조85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증안 기금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약세장이 2년여간 더 이어졌다. 5월 말 680선이었던 코스피지수는 1992년 8월 450선까지 떨어졌다.

2002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 발발 우려 등으로 인해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는 2003년 1월 다시 증안펀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4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증안 펀드 투입 이후에도 30영업일간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시가 바닥을 찍은 건 3월17일부터다. 이날 정부의 '3.17 카드종합 대책'이 발표되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전쟁에 대한 최후 통첩을 보내면서 증시는 반등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가 반등을 만들었다기보다 당시 증시 하락을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면서 상승세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는 증시가 고점 대비 60% 하락했다. 정부는 그해 11월21일 5000억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집행했다. 이후 증시는 두 번의 반등세(11월, 2009년 3월)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안펀드의 공이라기보다 11월25일 미 중앙은행(Fed)이 6000억달러 규모의 채권과 주택저당증권(MBS)를 인수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이 1차 반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미국 정부가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대책이 2차 반등을 이끌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증시가 급락한 2020년엔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증안펀드가 실제 집행되지않았다. 증안펀드의 개입 전 미 Fed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증시는 'V자 반등'을 그렸다. 하 연구원은 "증시 급락 국면에서 추세적인 반등세를 만든 건 증안펀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의 등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추세적인 반등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증시 하방을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바라는 반등보다는 증시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개입 직후 단기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하락 추세에서 '패닉셀' 등으로 인한 변동성을 축소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