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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장기간 섹터 부진에 약세장 겹쳐 제 값 받기 힘든 상황
기존 주주 엑시트 및 자금 압박에 IPO 추진 가능성
“과거 수준 투자심리 회복 힘들 수도”
[마켓PRO]“IPO 나선 바이오, 옥석 가려졌지만 수익 내기는 쉽지 않을 것"
“바이오섹터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진 와중에 긴축으로 증시까지 약세장에 접어들어 투자심리가 최악인 상황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는 깐깐해졌습니다.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을 싼 값에 살 기회이긴 하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할 수 있어요.”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잇따르는 데 대한 한 상장 바이오기업 IR 담당 임원 A씨의 평가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데도 증시 입성을 추진해는 배경으로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추진이 꼽혔다. A씨는 “시리즈 투자 계약을 맺을 때 특정 시점까지의 IPO를 위한 절차 추진을 약정하기도 한다”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회사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자금 확보를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관투자가 B씨는 “증시 상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고, 금리 상승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상장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몸값을 깎아서라도 자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금융투자시장의 찬바람은 바이오섹터에 더 매섭게 불고 있다. 상당수가 매출 없이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비용을 통제해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건전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 비용 통제는 R&D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B씨는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바이오기업의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유동성이 부족한 데다 한국거래소도 바이오기업을 깐깐하게 평가하고 있어, IPO가 성사됐다는 자체로 기업의 경쟁력을 확인한 것이라고 A씨는 분석했다. 그는 “오죽하면 자본시장에서는 ‘거래소가 바이오기업은 상장시켜주지 않으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투자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좋은 기업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바이오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최악이기에 새내기 바이오주 투자에 대한 A씨와 B씨의 전망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겼다.

A씨는 “한미약품조차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에플라페그라스팀)의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승인을 받은 뒤 주가가 곧장 내리막을 탔다”며 “예전 같았으면 제약·바이오섹터 전체로까지 온기가 퍼졌을 호재이지만, 요즘은 호재가 나왔을 때 해당 기업의 주가라도 반응하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들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 바이오 종목들 대부분 수익률이 부진하다. 지난 1월 상장한 애드바이오텍의 전일 종가는 3795원으로, 공모가(7000원) 대비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기업인 보로노이도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몸값이 1조원을 웃돌 때도 있었지만,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825억원에 그친다.

B씨는 무너진 투자심리가 과거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기는 힘들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에 투자심리가 악화되기 전까지 바이오 섹터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움직임이 가장 탄력적이었다”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되더라도 이전의 탄력성까지 회복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합리적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본다”며 “한국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종목은 작은 뉴스에도 주가가 급등락하지만, 미국 증시의 바이오 종목은 임상시험 등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큰 변동 없이 횡보하다가 가시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큰 폭으로 오르고 실패했을 때는 기업가치가 제로(0)에 수렴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